일본에서 청자색 빛을 발하는 신종 갯지렁이가 발견됐다. 학자들은 괴이한 외형과 빛의 색상에 착안해 괴담 속 요괴 이름을 붙여줬다.

나고야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2일 일반에 공개한 논문에서 이시카와현 노토 섬 일대에서 새로운 털갯지렁이 3종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신종 갯지렁이는 각각 '오니비털갯지렁이' '이케구치털갯지렁이' '아오안돈털갯지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본 민화에 등장하는 '오니비(鬼火)'는 우리나라로 치면 푸르스름한 도깨비불이다.

'아오안돈(青行燈)'은 일본 괴담집 '햐쿠모노가타리'의 유명한 요괴다. 사람들이 100가지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동안 파란색 등이 하나씩 꺼지는데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요괴가 아오안돈이다. 이케구치털갯지렁이는 노토시마 수족관의 전 관장 이케구치 신이치에서 따왔다.

일본 요괴 '오니비'를 딴 신종 털갯지렁이. 왼쪽 머리 부분이 은은한 청자색으로 빛난다. <사진=나고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신종 갯지렁이에 요괴 이름을 붙인 것은 자연계에서 보기 드문 청자색 발광 때문이다. '오니비털갯지렁이'의 경우 기존 털갯지렁이처럼 머리 부분에 촉수가 다발로 난 것은 같지만 발광하면 무덤가를 떠도는 오니비 같은 청자색 빛을 낸다.

조사 관계자는 "새로운 털갯지렁이들은 이시카와 현의 노토시마를 비롯해 돗토리 현의 이와미, 미에 현의 스가시마 등에서 채취했다"며 "갯지렁이가 빛을 내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청자색을 띠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생물발광(bioluminescence)은 일반적으로 생물의 특수 화학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나타난다. 연구팀 설명대로 갯지렁이 일부는 생물발광이 가능한데, 은은한 청자색을 내는 종은 지금까지 없었다.

사진 왼쪽이 이번에 확인된 털갯지렁이 신종 3종. 맨 위 오니비털갯지렁이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오안돈털갯지렁이, 이케구치털갯지렁이다. 오른쪽은 일본 괴담 속 요괴 아오안돈 <사진=나고야대학교·요괴도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털갯지렁이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는 사실 일본에서 1917년 이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갯지렁이들이 학계에는 보고된 적은 없지만, 혹시 과거 사람들이 요괴로 생각했을 가능성은 있다. 이런 점에서 '오니비'와 '아오안돈'을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희한한 이름이 붙은 새로운 털갯지렁이들이 향후 생명과학의 미래를 비춰줄 가능성도 제기했다. 빛을 내는 생물은 세계에 약 7000종 이상인데, 발광 구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된 것은 극히 일부다. 생물의 발광 구조를 이해하면 이를 천연 마커로 활용, 단백질이나 유전자 기능 관찰이 용이하다.

실제로 일본 생물학자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는 2008년 해파리 연구에서 '녹색 형광 단백질'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박사는 이 녹색 형광 단백질로 유전자 기능 관찰에 성공해 미래 생명과학에 중요한 힌트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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