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시대(793~1066년) 여왕 튀라는 남편과 아들을 넘어선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튀라는 어린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 펼쳤을 가능성도 떠올랐다. 

덴마크 국립박물관은 이달 중순 발간된 정기 조사 간행물을 통해 룬 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진 바이킹 시대 왕가 비석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고학자와 문화인류학자, 언어학자로 구성된 덴마크 국립박물관 연구팀은 바이킹 룬스톤(runestone)의 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모든 글자를 3D 스캔했다. 이를 해독한 결과, 비석은 바이킹 여왕 튀라에 대한 칭송과 충성 맹세로 가득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룬스톤은 2개다. 하나는 덴마크를 세운 하랄 1세 블로탄이 아버지 고름 가믈리와 어머니 튀라를 기려 만든 옐링 스톤(덴마크 옐링 지역에서 발굴된 룬 문자가 새겨진 비석)이다. 다른 하나는 레보르그 스톤(læborg stone, Ravnunge-Tue Stones이라고도 함)으로 명명된 룬 문자가 새겨진 비석이다.

하랄 1세 블로탄이 부모를 기념해 만든 옐링 스톤을 3D 스캔한 판본 <사진=덴마크 국립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두 룬스톤 모두 바이킹 시대 여왕 튀라를 많이 언급했다. 만약 두 비석 속의 튀라가 동일 인물이라면, 바이킹 시대 만든 덴마크 왕실 비문에 가장 많이 거론된 권력자가 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각 룬스톤의 3D 모델을 만들어 형상과 조각 기법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두 비석의 문자들 사이에서 뚜렷한 유사성을 발견했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두 룬스톤은 동일 인물이 새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두 돌은 덴마크 여왕이자 하랄 1세 블로탄의 어머니인 튀라가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랄 1세 블로탄의 어머니 튀라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하는 레보르그 스톤 <사진=덴마크 국립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이어 "비석 속의 글로 미뤄 아마도 튀라는 남편 고름 가믈리의 권력에 기대지 않았을 것"이라며 "스스로 통치하는 영지는 남편의 것보다 광활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가 바이킹 시대 덴마크 왕실에서 섭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즉 튀라가 스스로 왕실을 장악하고 남편이나 어린 아들을 대신해 나라를 통치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런 사실이 덴마크 형성에 관한 학자들의 지식을 넓힐 것으로 기대했다.

참고로 우리가 쓰는 블루투스의 로고는 하랄 1세 블로탄의 머리글자인 룬 문자 ᚼ(H)와 ᛒ(B)를 조합한 것이다. 958년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하랄 1세 블로탄은 앞니 신경이 죽어 짙은 파란색을 띠는 바람에 청치왕(푸른 이를 가진 왕)으로 불렸는데, 이를 영어로 표기하면 바로 블루투스(Bluetooth)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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