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상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가진 상상력을 동물도 가졌는지 알아보는 쥐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상상력은 인간의 뇌가 발휘하는 가장 신비롭고 복잡한 기능 중 하나다. 연구팀은 가상현실(VR)과 접목한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BMI)를 이용해 동물도 과연 상상이 가능한지 알아봤다.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는 뇌의 전기 신호를 통해 뇌와 기계를 서로 연결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번 실험의 핵심은 쥐도 사람처럼 머릿속으로 인지도(cognitive map, 인지지도)를 그리고 이를 떠올릴 수 있느냐였다. 인지도란 인간이 가진 지식과 정보의 의미 있는 결합체로, 어떤 행동을 할 때 결과를 미리 그려내는 내적 지도를 의미한다.

상상력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며, 동물도 얼마든 머릿속으로 특정 상황을 그려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쥐의 뇌 해마(기억과 상상력을 관장하는 영역)에도 인간처럼 장소세포(place cell)라는 신경세포가 존재한다"며 "쥐가 이동할 때 장소세포의 발화 패턴은 주위 상황에 맞춰 변하는데, 인간의 경우 장소세포의 발화 패턴이 해마에 기억돼 인지도로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상상 속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은 다름 아닌 뇌가 수많은 인지도를 꺼내 더듬는 작업"이라며 "만약 생쥐가 실제로 이동하지 않으면서도 인지도를 읽을 수 있다면 머릿속으로 이동하는 것을 상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특수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를 고안했다. 뇌 해마의 발화 패턴을 실시간 해독하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와 커다란 구체 위를 쥐가 달리도록 디자인된 러닝머신, 여기에 연동된 360° VR 시스템이다.

우선 연구팀은 쥐를 러닝머신에 올리고 VR 시스템을 가동했다. 쥐는 구체 위를 달릴 뿐이지만 연동된 VR 시스템 덕에 실제 공간을 이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쥐들은 VR 공간을 탐색해 먹이가 있는 골을 찾아 헤맸다.

쥐가 달릴 수 있도록 디자인된 러닝머신 형태의 구체(오른쪽). 여기에 360° VR 시스템을 연동하고 쥐가 상상만으로 특정 공간을 이동하는지 실험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HHMI 공식 홈페이지>

이후 연구팀은 러닝머신을 없애고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를 통해 쥐들이 상상만으로 가상공간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머릿속 상상만으로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았다.

실험 관계자는 "쥐는 생각만으로 VR 공간을 이동한 것은 물론, 가상의 공간 내에서 발견한 물건을 주워 들고 이동하는 자신을 상상하기까지 했다"며 "상상력은 한때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동물도 얼마든 상상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쥐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해마의 활동을 잘 통제하며, VR 공간을 이동할 때 특정 신경 활동 패턴을 몇 초 동안 유지하고 있었다. 실험 관계자는 "이는 머릿속에서 특정 장소를 제대로 그려냈다는 의미로, 쥐가 그저 일순간 머리에 스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특정 장소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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