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온천이던 이탈리아 고대 유적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청동상 약 20개가 발굴됐다.

이탈리아 문화부(MIC) 고고학 및 역사학 연구팀은 9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탈리아 시에나 근교 산 카시아노의 데이 반니 유적에서 나온 약 2300년 전의 청동상 20여 개를 소개했다.

청동상은 모두 오랜 세월 진흙 속에 존재한 덕에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청동상이 나온 유적은 한때 온천이 운영된 곳으로, 사람들이 실제 사용한 금화와 은화 수천 개도 함께 나왔다.

정교하게 제작된 2300년 전의 청동상. 건강의 여신 히게이아를 묘사했다. <사진=MIC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청동상들의 묘사가 아주 뛰어나고 잘 보존돼 마치 타임캡슐을 연 듯 기묘한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2300년 전 산 카시아노 지역이 아주 큰 동란을 겪었다는 점에서 왜 이런 청동상이 제작됐는지 의문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발굴 관계자는 "청동상의 여기저기에는 이탈리아 고대 국가 에트루리아어와 라틴어의 비문이 새겨졌다"며 "이 온천 시설은 1세기 낙뢰에 의해 파괴됐고, 에트루리아 사람들의 전통에 따라 진흙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청동상의 상당수는 건강과 위생을 상징하는 여신 히게이아 및 태양과 치료의 신 아폴로 등 그리스·로마 신들을 묘사한 것"이라며 "아마 청동상들은 원래 각자 성역에 자리했다가 무너진 온천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의식적으로 던져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목에 비문이 새겨진 청동 두상 <사진=MIC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당시 사람들이 테라코타(점토 초벌구이)가 아닌 청동으로 상을 만든 점에도 주목했다. 2300년 전 기술로는 청동상을 만들기 어려웠던 만큼, 상을 소유한 이들은 지배 계급이나 대부호였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발굴 관계자는 "이탈리아는 오래 전부터 온천을 이용한 미용과 치료가 널리 행해졌다"며 "아마 이곳은 전통을 자랑하는 온천 치료의 장이자 상류 계층이 문화와 지식을 향유한 장소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청동상과 함께 묻힌 다양한 유물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 데이 반니 온천 유적의 실제 용도 등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낼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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