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화성에서 각자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 장비들이 2주간의 달콤한 휴가를 얻었다.
NASA는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퍼서비어런스와 큐리오시티 등 탐사 로버와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 마스 오디세이 및 화성 정찰 위성(MRO) 등 탐사 장비들이 이달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휴식을 취한다고 전했다.
NASA의 첨단 장비들이 한꺼번에 2주나 미션을 쉬는 이유는 화성의 합(conjunction)이다. 합은 어떤 행성이 특정 지점에서 태양, 지구와 궤도 상 같은 위치에 자리하는 상태를 말한다.
화성의 합은 이번 달 11일부터 25일에 해당한다. 2년에 한차례 화성의 합이 일어나면 태양은 지구와 화성 사이에 자리한다.
NASA 관계자는 "지구와 화성 사이에 낀 태양이 발하는 이온화된 가스가 지구에서 화성으로 보내는 무선에 간섭 작용할 수 있다"며 "운이 없으면 탐사 장비에 명령을 전송할 때 오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도의 기술로 제작된 탐사 장비들은 화성이 합일 때 잠시 쉬지만 미션이 완전히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며 "제한적이기는 해도 지구로부터 명령어가 재전송되는 사이 데이터 수집 등 자잘한 작업은 계속한다"고 덧붙였다.
화성 등 행성들은 합이 정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각 장비들은 휴지기 때 할 일이 미리 정해진다. 예컨대 퍼서비어런스와 큐리오시티는 2주간 화성 표면의 변화나 날씨, 방사선을 모니터링한다.
인저뉴어티는 화성 표면의 모래 움직임을 컬러 카메라로 계속 담아낸다. MRO와 마스 오디세이 등 위성들은 화성 표면을 비행하며 카메라로 감시하며, 탐사선 메이븐은 화성 대기와 태양의 상호작용 데이터를 수집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