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가장 큰 원인은 화산 겨울(volcanic winter)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운석이 공룡을 멸종으로 몰았다는 기존 가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장에 관심이 쏠렸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대규모 화산 폭발로 야기된 기후변화가 결국 공룡 멸종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공룡의 멸종 원인을 아직 특정하지 못했다. 멕시코만 지하에서 6500만 년 전 충돌 분화구가 발견된 이후 일부 학자들은 비조류형 공룡이 멸종한 원인이 같은 시기 일어난 거대 화산 폭발일지 모른다고 의심해 왔다.
연구팀은 화산 활동이 공룡 멸종의 주된 원인인지 알아보기 위해 백악기 말까지 20만 년 동안 데칸 트랩(Deccan Traps) 분화가 환경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데칸 트랩은 인도 중서부 데칸고원에 위치한 거대 화성암 지대다. 녹아내린 맨틀 덩어리가 지표로 뿜어 나와 오랜 세월 광범위한 화산 활동을 유지한 특이한 지형이다.
우선 연구팀은 차가운 용암 속에서 형성되는 광물 내부에 갇힌 미량의 원소를 조사, 화산성 황과 불소의 당시 방출량을 재현해냈다. 이는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기 전 지표에서 대규모 유황이 방출돼 지구의 기온이 떨어졌다는 화산 겨울 이론을 증명한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맥길대학교 지질학자 돈 베이커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룡이 멸종하기 전 수십 년 동안 화산 겨울이 반복적으로 발생, 기후조건이 나빠졌을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런 기후의 불안정은 지구상 거의 모든 동식물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했고 공룡이 멸종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공룡의 갑작스러운 멸종과 포유류의 대두 및 진화로 이어진 지구상 중대한 생태계 변화를 설명하는 데도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공룡 멸종의 이유가 완벽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화산 겨울 등 비 소행성 충돌 이론이 점차 대두되는 점에 주목했다. 2021년에는 데칸 트랩에서 온실 효과를 야기하기 충분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