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까다로워 골칫덩이로 통하는 1회용 기저귀가 건축 자재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콘크리트나 모르터(몰타르)에 배합하는 모래를 일부 대체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기타큐슈시립대학교 연구팀은 22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폐기 대상인 1회용 기저귀를 분해해 건물 벽체 등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바닥재인 모르터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단층 주택이라면 건물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모래의 약 8%를 폐기저귀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건자재 절약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수많은 기저귀 폐기물을 줄이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일본에서만 연간 수백만 t의 1회용 기저귀가 버려지는 현실에 주목한 연구팀은 재활용 방안을 찾다 건축자재 대용 가능성을 발견했다. 다 쓴 기저귀가 굳으면 일정한 강도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건자재로 적합하다고 보고 실험을 기획했다.

1회용 기저귀는 일단 불결하고 세균 감염이 있어 대부분 수거된 뒤 소각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폐기저귀를 물로 세척하고 건조한 뒤 분쇄했다. 이를 콘크리트에 일정량 섞어가며 최적의 배합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36㎡(약 11평) 규모의 건물을 지을 때 모래의 일정량을 폐기저귀로 대체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실험 관계자는 "3층 주택 기둥의 경우 최대 10%, 단층 주택의 기둥은 최대 27%까지 폐기저귀를 모래 대용으로 쓸 수 있다"며 "칸막이벽은 최대 40%나 가능하지만 바닥은 9%가량으로 뚝 떨어지는 등 대용 가능한 비율은 건축물 부위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적으로 볼 때 36㎡ 단층 건물이라면 콘크리트와 모르터 속 모래를 최대 8%까지 폐기저귀로 대체할 수 있다"며 "연간 세계 각국에서 버려지는 폐기저귀의 상당량을 건축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저귀의 재료는 목재펄프와 면, 재생 셀룰로스 섬유의 하나인 비스코스 레이온, 폴리에스테르나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이다. 이런 구성 덕에 말리고 분쇄하면 모래처럼 쓸 수 있다.

폐기저귀를 일정량 모래 대용으로 사용해도 건축물 내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모래, 자갈, 물을 섞어 만든다. 어차피 소각하는 폐기저귀로 모래를 대신하면 건자재를 아끼는 것은 물론, 폐기물 처리에 따른 막대한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폐기저귀를 실제 이용하려면 행정기관, 폐기물 처리 업체 등 다양한 관계자의 협조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대량의 폐기저귀를 수거해 살균과 파쇄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방안이 마련되고 건축 관련 법이 개정되면 언제든 투입 가능한 자재"라고 덧붙였다.

1회용 기저귀는 한국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이 각국의 공통적인 문제가 되면서 성인용 기저귀 사용량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폐기저귀는 처리가 상당히 까다롭다. 재활용이 답이지만 배설물이 묻어 더럽고 감염 위험이 있어 분리배출부터 수거, 후처리까지 과정이 만만찮다. 많은 양이 소각되는 실정이라 비용 및 환경부담이 커 문제가 되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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