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머리에 네 다리, 거대한 날개를 가진 아시리아 신 라마수(Lamassu) 석상이 일반에 공개됐다. 이라크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이 석상은 신아시리아 시대 종교와 예술상을 엿볼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라크 국립 박물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이라크 고대 도시 코르사바드에서 나온 약 2700년 된 아시리아 라마수 상을 일반에 공개 중이라고 밝혔다. 라마수는 아시리아 제국의 수호신으로 인간의 머리와 황소 또는 사자의 몸, 새의 날개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이 상은 이라크 및 프랑스 고고학자로 구성된 공동 조사단이 찾아냈다. 앨러배스터(설화석고) 재질로 높이 3.8m, 폭 3.9m, 무게 18t이다. 아시리아 신화 속의 라마수를 정교하게 조각한 이 석상은 기원전 721년 아시리아 왕 사르곤 2세가 코르사바드를 지켜내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라크 코르사바드 고대 유적에서 재발굴된 머리 없는 라마수 신상. 날개와 머리털, 수염 묘사가 굉장히 정교하다. <사진=The National New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Iraq unearths 2700-year-old winged sculpture first discovered in the 80s' 캡처>

조사단 관계자는 "원래 이 라마수 상은 1980년대 말 이라크 고고학자들이 코르사바드 고대 유적에서 발견했다"며 "1995년 머리만 도난당한 이후 이라크 국립 박물관이 한때 보관했다"고 전했다.

이어 "걸프전이 발발하자 이라크 국립 박물관은 라마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매장했다"며 "이런 결정 덕분에 라마수 신상은 2015년 국제 범죄단체 ISIS(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가 코르사바드 지역 문화재를 파괴할 때도 무사했다"고 덧붙였다.

공동 조사단은 코르사바드 지역의 아시리아 문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오래된 라마수 신상을 어렵게 다시 발견했다. 고급 설화석고를 아낌없이 사용한 라마수 신상은 거대하면서도 상당히 정교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아시리아인들의 수호신 라마수 <사진=TED 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e rise and fall of the Assyrian Empire' 캡처>

발굴에 참여한 파리 제1대학교 팡테옹 소르본의 파스칼 바탈린 교수는 "이렇게 커다란 유물은 보통 이집트나 캄보디아가 아니면 보기 어렵다"며 "사악한 존재를 물리치고 도시와 궁전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라마수 신의 위엄을 아주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바탈린 교수는 "이 석상은 아시리아 사람들의 고도의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며 "세부적으로 계산된 복잡한 구조가 특징이며, 정면에서는 정적인 느낌이지만 옆에서 보면 상당히 동적인 시각의 이중성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대영박물관 아시리아 관의 라마수 석상 <사진=대영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오랜 세월 파괴되지 않고 보존된 정교한 아시리아 석상은 학계도 주목했다. 이라크 국립 문화재위원회(SBAH)는 조각상이 2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꽤 오래된 것이지만 거의 피해 없이 수천 년 동안 보존된 것은 미스터리에 가까우며, 이 점만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국립 박물관은 현재 따로 보존된 라마수의 머리를 몸과 결합할지 학자들과 논의 중이다. 일부 학자는 머리를 붙여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머리가 도난당한 것 역시 역사적 사실이므로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