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에 서식하는 아메리카흑곰의 털 색깔이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진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동물학자들은 곰 색깔 변화의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보고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멤피스대학교 연구팀은 16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린 논문에서 미국 서부에 분포하는 아메리카흑곰(블랙 베어, 학명 Ursus americanus)의 검은색 피모가 갈색으로 변화했다고 발표했다.

환경적 요인이 곰의 생태에 주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및 캐나다에 서식하는 아메리카흑곰 151마리를 추적 관찰한 연구팀은 갈색 곰이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서부 개체들의 피모 색상이 유전자 변이에 따라 바뀌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곰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네바다·애리조나·아이다호 주를 비롯한 미국 서부 지역 곰들이 기존의 검은색 털을 버리고 붉은빛을 띤 갈색 털을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메리카흑곰 <사진=pixabay>

이어 “원인은 멜라닌 합성 효소인 티로시나아제 관련 단백질 1(TYRP1)이라는 유전자에 R153C로 불리는 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새까만 털 색소에 변화를 일으켜 갈색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TYRP1 유전자는 아미노산 서열을 바꾸는 방식으로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 등 색소 형성에 관여한다. 이 유전자가 무언가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를 일으킨 탓에 곰의 털 색깔이 갈색으로 바뀌었다고 연구팀은 파악했다.

조사 관계자는 “흥미롭게도 이 갈색 변이체는 인간에 나타나는 제3형 백피증(OCA3, 모발이나 피부색을 옅게 만드는 변이체)과 흡사하다”며 “인간의 경우 시력 저하가 동반되지만 다행히 곰에서는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백변종 아메리카흑곰 개체도 종종 확인된다”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내 섬들에 서식하는 개체의 10~20%는 때때로 흰색이나 금색 털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아메리카흑곰의 갈색 변화가 온난화 등 지구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향후 더 큰 규모의 추적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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