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년 전 호주에 서식한 거대한 고대 새 게니오르니스(Genyornis newtoni), 일명 선더버드(뇌조)의 완전한 두개골 복원이 이뤄졌다. 그간 온전한 화석이 없어 생김새나 생태 모두 베일에 싸여있던 게니오르니스의 비밀이 하나둘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고생물학자 피비 맥클너니 교수 연구팀은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날지 못하는 대형 새 게니오르니스의 생태와 진화 과정을 밝힐 두개골 복원 작업을 소개했다.

키 2m, 체중 200㎏이 넘는 거구로 생각되는 게니오르니스는 1800년대 후반 고고학자들이 처음 발견했다. 다만 제대로 보존된 화석이 없어 게니오르니스의 체형을 대충 가늠할 뿐 이 새의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였다. 

게니오르니스의 상상도. 키 2m 넘는 거대 조류로, 여러모로 오리와 비슷하다. <사진=플린더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Peter Trusler>

피비 맥클너니 교수는 "멸종된 선더버드의 완벽한 화석이 없다 보니 거대한 새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며 "최근 남호주 북동부 염수호(소금호수)에서 완전한 머리뼈 등 게니오르니스 화석이 여럿 발견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말했다.

화석을 면밀히 분석한 연구팀은 전설처럼 전해져온 선더버드가 뜻밖에도 현생종 오리의 친척이라고 결론 내렸다. 맥클너니 교수는 "이 새는 플라이오세 전기까지 호주에 서식한 기러기목 조류 드로모르니스과"라며 "날지 못하는 새로서는 드물게 큼직한 두개골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더버드의 두개골은 앞뒤가 짧은 편이고 턱이 대단히 발달했다. 위턱은 물론 아래턱도 크고 튼튼하다"며 "이런 점은 다른 드로모르니스과 새와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덧붙였다.

남호주 북동부 소금호수에 묻혀 있던 게니오르니스의 두개골 화석. 좌측 아래는 이를 토대로 작성한 복원도 <사진=플린더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새가 발달된 턱을 가졌을 가능성은 이전 연구에서도 제기됐다. 게니오르니스라는 이름 자체가 그리스어로 '턱새'를 의미한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두개골 관절이 상당히 유연해 앵무새처럼 입을 크게 벌릴 수 있는 점, 턱뼈와 근육의 배치로 미뤄 상상 이상으로 무는 힘이 강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맥클너니 교수는 "드로모르니스과 조류의 기원은 55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게니오르니스 자체는 비교적 최근의 새"라며 "이 과의 조류는 유독 현존하는 화석이 부족해 진화의 비밀을 푸는 작업은 막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로모르니스과는 지금까지 꿩오리류로 분류돼 왔다. 이번 화석 분석에서 게니오르니스는 꿩목(닭, 메추리 등)이나 오리목(오리 암 등) 동료의 특징을 두루 가졌음이 확인됐다. 엄밀하게 보다 가까운 쪽은 오리목으로 판명됐다.

사람을 비롯해 닭, 오리 등 현생종 조류와 비교한 게니오르니스(맨 오른쪽)의 덩치 <사진=피비 맥클너니>

특이한 점은 두개골과 아래턱 측면의 근육과 뼈 구조가 현재 남미에 서식하는 떠들썩오리과 동료들과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게니오르니스의 이런 특징과 두개골 형태를 통해 이 새가 물가에 사는 초식성 조류였다고 판단했다.

맥클너니 교수는 "이 새는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연약한 새싹이나 신선한 열매를 즐겨 먹었을 것"이라며 "날지 못하는 초식성 조류가 어떻게 진화하고 멸종했는지 비밀이 향후 연구를 통해 풀릴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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