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Hibernation), 즉 겨울잠은 2억5000만년 전부터 개발된 포유류의 생존 전략이다. 인간과 같은 영장류의 경우 마다가스카르 서부에 서식하는 살찐꼬리난쟁이여우원숭이가 동면을 하는 드문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꼬리에 저장한 지방으로 겨울을 나는 이 원숭이는 조건에 따라 최대 7개월간 잠을 자는 '동면 스페셜리스트'다.

이 때문에 영장류 중에서도 가장 크기가 작은 이 원숭이들은 과학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아직은 SF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과학자들은 향후 의학기술 발전에 따른 난치병 치료나 장기간의 우주여행 등에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인공동면을 연구하고 있다.

살찐꼬리난쟁이여우원숭이 <사진=듀크대학교 여우원숭이 센터(Duke Lemur Center)>

이 원숭이는 야생 상태에서만 동면하며 포획된 상태에서는 야생보다 훨씬 얕은 상태의 동면에 빠지거나 그나마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없어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동면은 음식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극도의 에너지 절약 전략이기에, 먹이가 풍부한 사육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동면 실험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살찐꼬리난쟁이여우원숭이의 동면이 사상 처음으로 재연됐다. 미국 듀크대학교 여우원숭이 센터(Duke Lemur Center)는 수십 년 전 이 곳으로 옮겨진 원숭이 8마리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5개월간 동면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마다가스카르의 겨울과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명과 온도(10℃)를 조절한 것은 물론 먹이도 제한했다. 원숭이들은 심장박동수와 피부온도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를 부착하고, 야생환경과 흡사한 나무상자 속에 자리를 잡았다.

몸을 말고 동면에 빠진 살찐꼬리난쟁이여우원숭이 <사진=듀크대학교 여우원숭이 센터(Duke Lemur Center) 리디아 그린>

그 결과 원숭이들은 동면 기간의 4분의 3가량 신진대사가 현저하게 느려졌다. 잠에 들면 최대 11일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깨어나도 먹이에는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고 다시 잠에 빠졌다. 이 기간 중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심장박동수가 일정해지고 체온이 떨어지며 호흡이 느려졌다. 특히 한 마리는 일시적으로 호흡 간격이 21분으로 늘어났다.

연구팀은 원숭이들이 동면에서 깨어난 뒤 심장박동수가 분당 8회에서 200회로 되돌아왔고 식욕이 증가하는 등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듀크대학교 영장류 생물학자 마리나 블랑코는 “동면은 그들의 DNA"라며 "올바른 조건에서는 동면이 재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단 실험실에서도 정밀한 관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연구로 인간 동면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다음 겨울 원숭이의 동면이 실제 수명 연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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