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을 포함한 우리은하의 총 질량은 태양의 약 1810억 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자들의 기존 생각보다 25% 수준으로, 우리은하 중심부 암흑물질의 양이 훨씬 적을 가능성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은 우리은하의 회전 곡선(속도 곡선)에 관한 실험 보고서를 지난 1월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은하의 회전 곡선은 은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분포하는 별이나 가스 등 물질들의 궤도 속도를 의미한다.

우리은하의 회전과 관련한 조사를 이어온 연구팀은 12만 개 넘는 항성 데이터를 모은 뒤 이중 3만 개 이상의 항성 이동 속도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값을 응용해 우리은하의 회전 속도를 추산한 연구팀은 외연부 회전 속도가 생각보다 느릴 가능성을 떠올렸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의 개요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어떤 중력원을 중심으로 천체들이 공전할 때, 각 속도는 중력원의 세기 및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케플러가 오래전 주장했다. 태양계를 예로 들면 수성은 약 47㎞/s로 태양을 공전하는 데 비해 지구는 약 30㎞/s, 해왕성은 약 5㎞/s로 주성에서 멀어질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

조사 관계자는 "수많은 천체가 모인 은하를 태양계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은하 내 각 위치에서 중력의 세기는 계산할 수 있기에 케플러 이론을 기본으로 계산이 얼추 가능하다"며 "중력의 세기는 은하의 밝기를 바탕으로 항성의 질량을 추정하는 식으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성의 이동 속도가 은하 중심부에서 멀수록 느리다는 케플러의 생각은 관측 장비의 발달로 모순이 드러났다. 실제 관측에서 은하 중심부와 외연부의 천체 이동 속도가 거의 같거나, 일부 은하는 바깥쪽이 오히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확인된 이런 모순은 아직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는데, 많은 학자들은 그 원인을 은하 내부의 암흑물질이라고 본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상호작용 중인 우리은하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은하 회전 속도의 모순을 우리은하를 통해 풀려고 했던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광시야 적외선 탐사선 '와이즈(WISE)'와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망원경 '가이아(Gaia)'의 관측 정보를 모았다. '가이아'는 다수의 항성을 한 번에 관측해 정확한 위치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비다.

'와이즈' 및 '가이아'의 관측 정보에 국제 은하군 관측 프로젝트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의 자료까지 동원한 연구팀은 각 항성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은하 중심부터 위치와 거리를 하나씩 특정했다. 항성의 이동 속도와 우리은하 자체의 회전 곡선을 추산하기까지 항성 12만309개, 은하의 회전 곡선을 결정하기까지 항성 3만3335개의 정보가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우리은하 중심부로부터 약 2만~9만 광년 범위에서 회전 곡선을 추산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은하의 회전 곡선 대부분은 다른 은하와 대동소이했는데, 중심에서 약 6만5000광년 넘어가는 외연부에서 회전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우리은하 회전 곡선을 추산하는 데 이용된 항성 3만3335개의 거리 및 속도 정보 <사진=MIT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우리은하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항성은 다른 은하 연구에 의해 추측된 회전 곡선보다 속도가 훨씬 느렸다"며 "어떤 은하의 외연부 항성의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그만큼 포함된 암흑물질의 양이 적다는 뜻도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 암흑물질을 포함한 우리은하 전체의 질량이 태양의 약 1810억 배라는 계산이 가능했다"며 "이는 종래 학자들이 추산한 태양의 6940억 배와는 차이가 아주 크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발견으로 모호했던 은하 회전 곡선의 실체에 좀 더 다가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은하 외의 은하, 예컨대 상호작용 중인 안드로메다 등 주변부 은하를 더 연구하면 암흑 물질의 분포 경향 등 성과도 낼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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