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토양에서 금속을 추출하기 적합한 이온 액체 6종이 과학자들에 의해 특정됐다. 달의 레골리스에서 금속을 뽑아낼 수 있다면 월면기지에 쓸 튼튼한 금속 뼈대를 지구에서 수송할 필요가 없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연구팀은 12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달의 암석으로부터 금속 원소를 추출할 이온 액체 및 3D 프린터로 월면기지의 뼈대를 찍어내는 방법을 소개했다.

인류의 개척 활동이 활발한 달이나 화성 표면은 운석이나 태양풍에 의해 부서진 곱고 날카로운 레골리스로 덮여 있다. 이를 굳혀 벽돌처럼 가공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보다 튼튼하고 복잡한 건축물을 만들려면 금속 뼈대가 필요하다. 때문에 학자들은 달이나 화성의 레골리스에서 금속 원소를 추출할 방법을 고민해 왔다.

달 표면의 레골리스에서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면 월면기지 제작이 훨씬 수월해진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수십만 개나 되는 이온 액체군 중에서 달의 레골리스에 적용할 최적의 후보를 압축해 왔다. 지구에서는 암석을 고열로 녹이고 전기로 분해하거나 다른 물질과 섞어 금속 원소를 뽑아낸다. 다만 달이나 화성에서는 열이나 전력이 귀해 이온 액체를 이용한 추출이 유리하다.

조사 관계자는 "달이나 화성을 연구하는 데 있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인간이 현지에 장기간 머물 수 있는 환경"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을 구성할 건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광물에 접촉하면 금속 원소를 녹이는 이온 액체는 지구 외 천체에서 에너지를 덜 소비하며 금속 원소를 얻게 해준다"며 "이온 액체는 잘 증발하지 않고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재사용 가능한 데다 추출 과정에서 부산물로 산소와 물을 만들 수 있어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NASA도 달에 보낸 3D 프린터를 통해 건자재를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문제는 이온 액체가 여러 물질의 조합으로 이루진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지구 외 천체의 레골리스에서 금속을 추출하기 적합한 것을 고르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연구팀은 최적의 이온 액체를 찾기 위해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을 적극 동원했다. AI가 뽑아낸 후보군을 월면기지에 쓸 건자재 모델링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총 6개 이온 액체가 특정됐다.

조사 관계자는 "골라낸 이온 액체들을 이용한 대규모 테스트를 조만간 실험실 밖에서 진행한다"며 "지구 외의 천체 자체에서 금속 건자재를 만들게 된다면 인류의 우주개발은 극적인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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