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 흙으로 돌아갈 때에만 나타나는 미생물 그룹이 최초로 특정됐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등 국제 연구팀은 12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시신이 부패할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미생물 그룹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람을 비롯한 생물은 생명이 유한하며, 반드시 죽음을 맞는다. 생을 다한 개체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썩어 자연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인간의 시신 부패에 관여하는 미생물군이 관찰된 전례가 없는 만큼 이번 발견에 관심이 쏠렸다.

조사를 주도한 콜로라도주립대 재커리 버챔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시신의 유기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부패가 일어난다"며 "이른바 부패 생태계는 엄연히 존재하며, 이런 미생물들은 주로 사체를 먹이로 소비하고 번식이나 거처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람을 비롯한 생물은 어떤 식으로든 생명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사진=pixabay>

이어 "일련의 과정은 인간에게 불쾌한 일일지 모른다"면서도 "미생물이 사체를 재활용하는 것은 생명을 영위하는 행위이며, 식물의 성장이나 토양의 질 향상 같은 생태계의 핵심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부패 생태계가 자연계 유지에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 아직 많은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부패 생태계를 보다 면밀히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인간의 시신 36구의 부패 과정을 유족의 동의하에 관찰했다.

재커리 버챔 교수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시신이 부패할 때만 나타나 관여하는 미생물 그룹이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다"며 "이 미생물들은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명을 다하든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시신의 부패에 관여하고 사라지는 특정 미생물군이 확인되면서 범죄 수사의 방법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pixabay>

교수는 "재미있는 것은, 이 미생물 그룹은 시신이 없는 곳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며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 미생물이 존재하는 곳은 사체가 썩어 악취를 풍기는 곳에 한정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희한한 미생물 그룹을 시신에 인도하는 요소가 아마도 곤충일 것으로 추측했다. 관련 정보가 거의 없는 이번 연구가 향후 진전된다면 살인사건 등 범죄 수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재커리 버챔 교수는 "우리 연구에서는 기계학습 모델로 부패와 관련된 미생물의 시계열을 분석했다"며 "사람의 사망 시각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향후 범죄 수사 응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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