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지구가 초신성 폭발의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태평양 심해에서 발견됐다.
독일 독립 연구기관 HZDR과 드레스덴공과대학교, 호주국립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태평양 심해에서 검출된 비정상적 수준의 베릴륨-10은 초신성 폭발의 영향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태평양 해저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2배 가까운 농도의 베릴륨-10을 확인했다. 베릴륨-10은 우주선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면 생성되는 희귀한 방사성 동위원소다. 반감기가 약 140만 년으로 길기 때문에 지질학적 연대 측정에 활용된다.
HZDR 물리학자 도미니크 콜 박사는 "이번에 확인된 베릴륨-10의 축적량은 과거에 대규모 사건이 지구에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베릴륨-10이 나온 곳이 태평양 해저 약 1000만 년 전 지층이라는 점은 흥미롭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베릴륨-10이 해저에서 기준치를 넘어 검출된 이유를 두 가지로 봤다. 하나는 고대 해류의 큰 변화로 인해 특정 해역에 베릴륨-10이 쌓였을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초신성 폭발이 지구에 영향을 미쳐 우주선이 대량으로 쏟아졌을 경우다.
도미니크 박사는 "이 비정상적인 베릴륨-10의 축적은 지구 해류가 크게 변화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며 "해류는 단순한 물의 흐름이 아니라 지구 전체로 물질을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기후변화나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한 지역에 특정 동위원소가 쌓일 수 있다"며 "해류의 변화로 일시적으로 베릴륨-10의 분포가 변동됐을지 모른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과거 기후변화가 해양 화학조성에 미친 영향을 밝히는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약 1000만 년 전 초신성 폭발의 영향으로 지구에 쏟아지던 우주선의 양이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은 심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와 대기 중의 질소나 산소 원자와 반응해 베릴륨-10을 만들어낸다. 만약 1000만 년 전 우주선의 양이 단번에 증가했다면 비정상적인 베릴륨-10의 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도미니크 박사는 "이 가설이 증명되면 초신성 폭발이 지구의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쳐 왔는지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될 것"이라며 "쉽게 말해 지구와 우주의 연결이 지금까지 보다 더 분명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사는 "이번 발견은 고기후학과 천체물리학, 지구과학 분야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정 지역에서 비정상적인 베릴륨-10 축적이 추가로 확인된다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된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