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피해를 낸 모로코 대지진이 벌어지기 직전 의문의 발광 현상이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수수께끼의 발광이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주장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어 관심이 쏠렸다.

12일 트위터(엑스)에는 매그니튜드 규모 6.8의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모로코 동부 도시의 밤하늘을 물들인 섬광 영상이 올라왔다. 건물 CCTV가 잡은 영상은 뉴욕포스트나 인사이더 등 유명한 해외 매체들도 다룰 정도로 시선을 끌었다. 

지진 직전 촬영된 영상에는 일명 지진광이 담겨 있다. 지진광은 대지진이 벌어지기 직전이나 이후, 또는 도중에 관측되는 짧은 발광 현상이다. 단순히 빛이 번쩍이기도 하고 구름이 빛을 발하거나 하늘에서 광구가 목격되기도 한다.

일단 지진 전문가들은 영상 속 빛과 모로코 강진의 연관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진광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규모 7에 가까운 강진이 난 만큼 지진광이 다수 목격되는 건 이상하지 않다고 맞섰다.

지진광 연구는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에서 특히 활발하다. 지질학자 야스이 유타카는 1973년 나가노에서 벌어진 국소 지진 당시 상공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빛나는 구름을 촬영한 사진을 실은 지진광 분석 보고서를 영어로 발표했다.

목격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7년과 2021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광을 찍었다는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일부 학자들은 전선 등에서 생긴 불꽃이 상공의 구름에 반사된 빛일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올해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안타키아 서남쪽에서 발생한 매그니튜드 규모 6.2 지진의 지진광으로 알려진 현상은 번개로 드러났다.

모로코 지진 직전 찍혔다는 지진광. 사진 왼쪽 상단의 섬광이 선명하다. <사진=엑스(구 트위터)

지진 전문가들은 모로코에서 촬영된 빛은 잘려나간 전선 사이에 발생한 아크 방전이나 거리의 변압기 등 전기 설비의 폭발이 원인일 가능성을 높게 봤다.

지진광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현재 이렇다 할 물리적 증거는 없지만 지질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구 대기에서는 전자에 의해 발광 현상, 즉 오로라가 얼마든 발생한다. 지진 발생 시 전자기기, 특히 휴대폰이 오작동하거나 통화가 불가능해지는 현상 역시 지진광을 오로라에 대입하면 설명 가능하다.

이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지질학과 관계자는 "원래 지각변동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힘이 가해진 암석에 전하가 축적된다"며 "전하의 일부가 지진 발생 시 방출될 경우 불꽃을 일으키고 극히 짧은 시간 섬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진광은 오로라와 비슷한 원리로 나타난다는 학자도 있다. <사진=pixabay>

이어 "축적된 전하는 지표면 아래의 산소 원자를 이온화하기도 한다"며 "아직은 실험실 내에서만 확인됐지만 이 이온이 만약 단층을 타고 지표면을 뚫고 나올 경우 빛나는 구름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일 오후 11시 발생한 모로코 지진으로 지금까지 25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진앙은 마라케시 남서쪽 약 71㎞에 위치한 아틀라스산맥 산중이며 진앙의 깊이는 8~26㎞로 비교적 얕다. 이 지역은 지진 활동이 활발한 다른 판 경계 부근에 비해 평소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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