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수도 중심부에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던 인부들이 3세기 무렵 조성된 고대 로마시대 초호화 무덤을 발견했다.
베오그라드 시립박물관은 2일 공식 SNS를 통해 현재 발굴 작업이 한창인 로마시대 무덤 및 수도교 터를 소개했다. 수도교는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로마인들이 고안한 교량이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가에 자리한 이 유적은 올해 3월 시작된 지하주차장 건설 도중에 그 존재가 드러났다. 박물관 고고학자들은 수도교와 무덤이 로마인들이 싱기두눔(지금의 베오그라드)을 정착촌으로 삼았던 3~4세기 경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조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무덤은 모두 14기로, 하나같이 규모가 엄청나고 황금 귀걸이와 유리로 된 머리핀 등 정교하고 값비싼 귀금속이 부장품으로 들어 있었다"며 "역사적 가치가 대단해 지하주차장 건설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덤 2기는 직사각형 바탕에 벽돌로 만든 아치형 천장을 도입했다"며 "다른 2기는 벽돌로 직사각형 관 모양으로 벽을 쌓아 만들었다. 여기에 로마시대 장인이 총동원돼 만든 화려한 석관 4개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에 따르면 무덤과 수도교 터가 나온 인근에서는 40년 전에도 로마시대 무덤이 여럿 발굴됐다. 나치 독일이 유고슬라비아를 침략한 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의 폭격으로 고대 로마 무덤 일부가 처음 발견됐다.
조사 관계자는 "로마시대 무덤은 양식이 다양하다. 가장 오래된 것은 이교도, 가장 최근의 무덤은 기독교인의 것"이라며 "싱기두눔은 로마제국이 적대 부족을 몰아내고 건설한 곳으로, 오현제 중 한 명인 하드리아누스가 고대 도시로 인정하고 주민을 로마 시민으로 삼은 역사적인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하드리아누스는 다키아인 등 다른 적대 부족의 침략으로부터 싱기두눔을 지키기 위해 적어도 2개 군단을 주둔시킬 정도로 공을 들였다. 적잖은 유력 정치인과 귀족이 이곳에 이주해 생활하면서 건축물과 무덤 등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로마 47대 황제 요비아누스도 싱기두눔 출신이다.
조사 관계자는 "싱기두눔은 로마 기독교의 중심지가 됐고, 한때 동로마 제국의 번성한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며 "441년 훈족의 침략에 의해 도시가 불타고 시민들이 노예가 되기 전까지 융성한 로마 문화가 지하에 그대로 잠들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박물관은 무덤과 함께 나온 수도교의 존재에도 주목했다. 보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수도교 터에서는 납으로 된 60m 길이의 파이프도 남아 있었다. 박물관은 대규모로 조성된 수도교 역시 싱기두눔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