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합쳐지는 두 블랙홀은 그 질량에 뚜렷한 편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 같은 주장은 중력파 관측 과정에서 제기됐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이론 연구소(HITS)는 두 블랙홀이 합쳐질 때 발생하는 중력파에는 보편적인 주파수가 존재하며, 이는 연성계 블랙홀의 질량 편향성을 시사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주창한 중력파의 사전적 의미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운동할 때 생기는 중력 변화가 야기하는 시공간의 잔물결이다. 중력파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블랙홀 연성의 근접 및 충돌이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2015년 실체가 확인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가 개발한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 라이고(LIGO)가 사상 처음 중력파를 잡아냈는데, 발생원은 예상대로 블랙홀의 합체였다.
HITS 관계자는 "연성계에 속한 두 별이 블랙홀이 된 뒤 가까워지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중력파가 번진다"며 "이 중력파는 주파수와 진폭이 증가하는 일명 '처프(chirp)' 파형이라는 특징적인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프 파형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면 합체하는 블랙홀의 질량(처프 질량)을 알 수 있다"며 "많은 블랙홀 연성이 합체하며 내는 중력파에 어떤 규칙이 있지 않을까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블랙홀의 질량이 편향적일 가능성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HITS에 따르면, 중력파 분석 결과 하나로 합쳐지는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9개 분량보다 작거나 16개 분량보다 큰 두 종류로 구분됐다. 그 중간의 질량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은하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 같다고 HITS는 추측했다.
먼 우주에서는 태양보다 몇백억 배 큰 초대질량 블랙홀이 종종 발견된다. 블랙홀 질량은 근원이 되는 별들의 화학 조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천차만별이다. 이 같은 화학 조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처프 질량의 편중은 어느 장소에서나 마찬가지라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HITS 관계자는 "블랙홀의 합체는 아직 그렇게 많이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100% 맞는다고 단정하기는 무리"라면서도 "확실한 것은 블랙홀의 중력파가 향후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신비를 풀어내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