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를 시도하다 최후를 맞은 흰개미 한 쌍의 호박 화석이 공개됐다. 약 3800만 년 전 것으로 확인된 호박 화석은 멸종종 및 현생종 흰개미의 생태 비교에 유용한 자료라고 학계는 평가했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등 국제 연구팀은 이달 5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멸종된 흰개미 한 쌍이 갇힌 3800만 년 된 호박 화석을 소개했다.
러시아 최서단 칼리닌그라드에서 발견된 이 호박은 고대 동물의 구애 행동을 보여주는 희귀 화석으로 주목된다. 호박에 갇힌 흰개미는 멸종한 일렉트로테르메스 아피니스(Electrotermes affinis)로 확인됐다.
OIST 미즈모토 노부아키 교수는 "두 흰개미는 가로로 나란히 몸을 포갠 상태로 영원히 멈춰버렸다"며 "이런 행동은 현생종 흰개미가 구애 시 취하는 병렬주행(tandem running)과 흡사하다"고 전했다.
흰개미의 병렬주행은 마치 열차를 구성하는 각 차량처럼 흰개미가 다른 흰개미 바로 뒤를 따르는 것을 말한다. 서로 떨어져 버리지 않도록 뒤의 개체가 앞 개체의 복부를 꼭 붙잡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사랑을 나누던 일렉트로테르메스 아피니스가 어떻게 호박에 갇혔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두 개미는 현생종 흰개미와 같은 방식으로 구애 행동을 했으며, 호박에 갇히는 와중에도 서로에 열중했다고 파악했다.
미즈모토 교수는 "마이크로 CT 스캔 결과 호박 속의 흰개미 암컷이 수컷의 복부에 닿아 있는 구조가 드러났다"며 "이번 발견은 현대 흰개미의 구애 행동이 수천만 년 전 조상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호박 화석이 생성된 과정에 대해 교수는 "수목에 난 상처에서 진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호박의 시작"이라며 "나무 주변의 곤충 등 동물의 몸에 진액이 들러붙고, 이후 더 많은 진액이 흘러든 뒤 최소 4만 년이 흐르면 단단한 호박 화석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