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000~5000m의 태평양 심해에서 해저 드론이 촬영한 독특한 형태의 신종 생물들이 공개됐다. 온몸이 분홍색인 바다돼지부터 유니콘을 닮은 해삼류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London)은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태평양 클라리온 클리퍼톤 해역(CCZ)의 심해 수중 드론 조사에서 찍힌 사진과 영상을 소개했다.

멕시코에서 미국 하와이에 걸친 CCZ의 이번 조사는 태평양 심해 해양생태계 관찰이 주목적인 ‘SMARTEX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드론 촬영에서는 신종 민태과 물고기와 온몸이 분홍색인 해삼 동료 바다돼지, 기묘한 형태의 말미잘 및 갑각류 등 다양한 생물이 관찰됐다.

바비 피그라는 애칭이 붙은 신종 바다돼지. 온몸이 분홍색이다. <사진=런던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박물관 관계자는 “지난해 CCZ 조사에서는 총 5578종의 심해 생물이 서식하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이번 탐사에서는 그중 88~92%가 아직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신종일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신종 바다돼지는 바비 피그(Barbie-pig)라는 애칭이 붙었다. 바다돼지는 수심 5000m의 심해종으로 해삼의 일종이며 몸길이는 최대 20㎝를 넘지 않는다. 온몸이 투명한 암페리아(Amperima) 신종도 발견됐는데, 일각수의 뿔을 닮아 유니컴버(Unicumber)로 명명됐다. 암페리아 역시 심해 해삼의 일종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심해 해삼은 종류가 여럿이고 아직 명확한 생태가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생물로, 바다돼지와 암페리아의 신종이 발견된 것은 아주 흥미롭다”며 “엄청난 수압도 견디는 민태과 물고기, 사마귀와 새우를 섞은 듯한 심해가재 등 희귀한 신종도 두루 촬영됐다”고 말했다.

Ⓐ유니콘을 닮은 유니컴버 Ⓑ신종 심해가재 Ⓒ엄청난 수압에도 유유히 헤엄치는 민태과 물고기 Ⓓ식물처럼 보이는 신종 해면류 Ⓔ4100m에서 찍힌 심해 말미잘 <사진=런던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SMARTEX 프로젝트’는 CCZ의 생태계 조사 외에 보호 목적도 있다. 이곳은 바다의 노다지로 꼽히는 망간단괴가 널린 곳이기 때문이다. CCZ의 규모는 세계 해저의 0.5%에도 못 미치지만 망간단괴 매장량은 육지 전체보다 훨씬 많다고 여겨진다.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박물관 관계자는 “망간단괴는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코발트와 니켈, 망간 등 광물자원을 품고 있다”며 “망간단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해양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해 CCZ에 대한 조사와 감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SMARTEX 프로젝트’는 망간단괴의 채취를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며, 굴착 과정이 CCZ 해양생태계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면밀한 탐사를 통해 신종으로 가득한 해양생태계를 보전할 최적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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