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벌써 저물어 갑니다. 올해는 유독 사람들을 놀라게 한 과학 이슈가 많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2022년 기억할 만한 과학계 발견과 신기술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①증강현실 렌즈, 눈으로 들어온 가상세계
②토성 고리, 사라진 위성 작품이라고?
③역사적인 첫 소행성 물리 타격 실험 
④인류, 10년 안에 달에서 살게 되나
⑤우주 관측 패러다임 바꾼 제임스웹

토성 자전축 기울기와 고리가 잃어버린 위성 하나로 설명 가능하다는 가설은 올해 천문학계에서 손에 꼽는 이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잭 위즈덤 교수 연구팀은 지난 9월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서 토성 자전축 기울기와 고리는 위성 크리살리스(Chrysalis)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크리살리스는 토성을 공전하는 위성이었지만 현재는 사라진 것으로 통한다. 연구팀은 이 크리살리스가 존재하던 시절 토성이 해왕성과 중력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명(resonance)한 끝에 자전축이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역시 다른 위성과 상호작용한 결과 궤도가 틀어진 크리살리스가 약 1억6000만 년 전 토성에 충돌, 잔해 일부가 현재의 토성 고리라는 연구팀 가설은 상당히 흥미롭다.

관측 방향의 뒤쪽에서 태양빛이 비출 때 촬영된 토성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는 약 40억 년 또는 그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학자들은 여겨왔다. 그런데 2019년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 ‘카시니(Cassini)’의 관측 데이터는 고리 나이가 고작 약 1억 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토성 자전축이 약 27° 기울어진 이유를 크리살리스에서 찾던 연구팀은 지구에 공룡이 출현할 무렵 토성에 고리가 없었다는 카시니 분석에 놀랐다. 1997년 발사된 카시니는 2004년 6월 토성에 도착해 2017년 9월 15일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지구로 전송했다. 

연구팀은 카시니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크리살리스가 현재 토성에서 세 번째로 큰 위성 이아페투스(직경 약 1470㎞)와 맞먹는 크기라고 추정했다. 붕괴 후 잔해의 99%가 토성으로 떨어졌고, 이로써 고리가 형성됐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또한 연구팀은 토성 자전축이 일정하게 흔들리는 세차가 해왕성 공전축 세차와 동기화하는 점에서 두 행성이 공명 끝에 토성 자전축이 기울어졌다고 추측했다. 다만 두 행성이 주고받은 공명의 영향을 좌우하는 요소인 토성 각운동량(회전하는 물체의 운동량)이 명확하지 않았다.

2017년 토성에 마지막 근접하는 카시니 탐사선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에 연구팀은 토성 내부를 모델화하고 카시니가 임무를 마감할 때 얻은 토성 중력장 데이터를 대입해 관성 모멘트(회전을 계속하려는 물체의 성질)를 밝혀했다. 그 결과 토성 각운동량은 해왕성과 공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지점에서 연구팀은 토성이 해왕성과 공명 상태에서 벗어난 이유가 과거 토성에 존재했을 이아페투스 규모의 위성이라고 봤다. 이 위성이 토성에 충돌하면서 해왕성과 공명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자전축 기울기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실제로 토성 내부 모델화 과정에서 크리살리스가 토성과 계속 멀어지는 위성 타이탄(직경 약 5150㎞)과 공명, 궤도가 변하면서 토성에 근접해 박살 났다는 분석이 가능했다.

특히 타이탄이 토성에서 멀어지는 속도(매년 약 11㎝)를 바탕으로 그 시기를 지금으로부터 2억~1억 년 전으로 추정한 결과 최근 부상한 토성 고리의 형성 시기와도 얼추 맞아떨어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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