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유적에서 기원전 6세기에 제작된 천문 관측 시설이 발굴됐다. 이집트인은 천문학을 비롯해 측량학, 기하학, 수학 등 다방면의 과학 지식을 가졌고, 이를 활용해 찬란한 문명을 영위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카프르엘셰이크 유적에서 고대인들이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던 천문대 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시설은 카프르엘셰이크 부토 지역의 파라오 신전 일부분으로 축조됐다.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천문 관측 시설은 2500여 년 전인 기원전 6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오랜 세월이 지났고 벽이 허물어졌지만 당시의 높은 지식수준과 기술력을 엿볼 도구들은 충분히 확보했다"고 전했다.

카프르엘셰이크 유적에서 출토된 천문대 터. 해시계 흔적 등이 확인됐다. <사진=이집트 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이 관계자는 "이집트인들은 고대사에서 가장 뛰어난 천문학자로 그들의 지식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1년 365일 달력과 하루 24시간이라는 개념이 싹튼 것도 고대 이집트"라며 "이들은 밤하늘의 지도를 완성했고 자체 별자리와 황도대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발굴된 시설은 공중에서 보면 L자형으로 햇볕에 잘 말린 벽돌로 지어졌다. 전체 넓이는 약 850㎡로 일출 방향인 동쪽을 향했다. 내부에서는 밤하늘 연구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구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고안된 경사진 큰 그림자 시계, 즉 해시계다. 

시계는 태양이 하늘을 이동해 나갈 때 생기는 그림자의 움직임을 이용해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시간을 파악하도록 설계됐다. 4.8m 석회암 판을 배열하고 그 위에 수직으로 3개, 수평으로 2개 등 총 5개의 평평한 석회암을 얹었다. 손상이 심한 편이지만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석회암 기둥에 떨어지는 그림자 기울기의 변화를 가늠하는 선도 확인됐다.

천문대 내부에서 발굴된 유물. 천문학 도구는 물론 호루스 신상 등 의식용으로 제작된 액세서리도 많았다. <사진=이집트 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천문대 한쪽에는 일출 시간을 계절별로 적은 기록과 다양한 천문 상황을 기록한 벽면이 존재한다. 연이은 작은 방 5개 터에서는 천문 관측 도구들과 항아리, 동전, 액세서리가 나왔다.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일부 방의 벽돌 벽은 노란 모르타르를 칠한 뒤 벽화를 그려넣었다"며 "벽화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상, 파라오의 권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그림으로 구성됐다. 호루스 신(천공의 신)의 머리와 눈(우자트) 역시 그려졌다"고 말했다.

항아리와 접시, 그릇 등은 천문대에 사람들이 상주했음을 보여준다. <사진=이집트 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고대로부터 이집트인들은 호루스 신을 우주의 상징으로 여겼다. 특히 천문대가 자리한 부토에서 호루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천문대 터에서는 이 밖에도 프타 신의 석상, 오시리스 신의 청동상, 베스 신의 테라코타상, 제26왕조 파라오 프삼티크 1세의 화강암상 등이 출토됐다.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고대 이집트에서 천문학은 곧 생활이었다. 이들이 복잡한 달력을 사용해 시간의 경과를 파악하고 축제와 대관 등 종교나 정치 의식을 치를 날짜를 결정하는 등 앞선 문명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