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의 부식성 구름 속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모니아가 감지된 금성에서 미지의 생명체가 강산성에 견딜 독자적 환경을 구축했을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영국 카디프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암모니아가 존재하는 금성 구름에 미지의 생명체 역시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태양계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은 암석층이나 금속 밀도 등에서 지구와 비슷한 쌍둥이 행성(지구형 행성)으로 꼽혀왔다. 다만 두터운 황산 구름이 줄기차게 강산성 비를 퍼붓는 데다 표면 온도가 약 460℃에 달하는 극한의 환경을 가졌다.

연구팀은 역설적으로 황산으로 가득한 구름 안이라면 생명이 존재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암모니아다. 금성의 대기에서 관측된 암모니아가 그간의 추측들과 달리 생물학적 기원에 의한 것이라면 황산 구름에 얽힌 적잖은 수수께끼 역시 풀린다는 주장이다.

지구형 행성인 금성(왼쪽)과 지구를 비교한 이미지 <사진=pixabay>

금성 대기의 암모니아는 1970년대 베네라 및 파이어니어 탐사 과정에서 감지됐다. 잠정적이지만 금성의 암모니아 검출은 학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금성 대기의 주된 화학반응을 고찰해온 연구팀은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야말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황산비를 퍼붓는 금성의 구름에 산소나 비구형 입자(nonspherical particles)가 존재할 뿐 아니라 수증기와 이산화황이 분포하는 점에 주목했다. MIT 사라 시거 교수는 “만약 금성의 대기에 충분한 암모니아가 있다면, 구름 속에서 이로 인한 각종 화학반응이 발생하므로 이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모니아가 황산에 녹아 중화되면 둥근 물방울 형태가 비구형 입자로 변하고, 이 영향으로 이산화황도 분해된다”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금성 구름의 수수께끼가 일부분 해결되는데, 암모니아가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만은 미스터리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시거 교수는 “금성에 수소가 거의 없으므로, 따져보면 암모니아도 있을 리 없다”며 “바로 이 대목에서 금성의 암모니아가 생명활동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성 대기 관측 미션을 수행하는 플래닛-C(PLANET-C, 애칭 아카츠키) 탐사선 <사진=JAXA·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암모니아가 인간의 위산을 중화해 주는 덕에 많은 세균들이 살아갈 수 있다”며 “우리가 아는 일반적 생명체는 금성의 구름에서 살 수 없겠지만 미지의 생명체라면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할 시스템을 구축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성의 생명체 존재를 둘러싼 학계의 논란은 오랜 세월 계속됐다. 지난 6월 영국 벨파스트퀸스대학교 연구팀은 금성을 둘러싼 구름의 수분이 충분하지 않고 산도가 지나치게 높아 생명체가 살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에 앞서 사라 시거 교수팀은 지난해 금성에서 포스핀(인화수소) 검출에 성공해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반론도 만만찮았지만 포스핀이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체라는 점에서 금성의 바이오 시그니처(생명 흔적) 탐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MIT는 금성의 생명체 확인을 위해 오는 2023년 탐사선을 보내는 ‘비너스 라이프 파인더 미션(Venus Life Finder Missions)’을 진행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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