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에너지원으로 통하는 풍력발전소는 수많은 국가가 운용 중이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요즘 국내서도 문제가 되는 저주파와 더불어, 전부터 제기돼온 야생조류 충돌사고가 대표적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Journal of Applied Ecology’에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스마트카메라가 풍력발전소 날개에 희생되는 야생조류를 크게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풍력발전소 날개에 부딪히는 야생조류 수는 상상보다 많다. <사진=pixabay>

풍력에너지를 회전운동으로 변환, 발전기를 돌리는 풍력발전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선택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거대한 블레이드(날개)에 부딪혀 야생조류들이 죽는 사례가 빈발해 왔다. 

풍력발전소 날개 길이는 대개 30m를 넘는데, LM Wind Power사는 세계에서 가장 긴 107m짜리(영상)를 만든 적도 있다. 힘차게 돌아갈 때 날개 끝 속도는 시속 200㎞를 웃돈다. 여기에 부딪혀 죽는 야생조류는 독수리를 비롯해 매, 올빼미, 박쥐 등 다양하다. 한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만 연간 14만~50만 마리가 죽어나간다. 야생조류 수가 지나치게 줄면 생태계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고안돼 왔다. 미국의 한 업체는 스마트카메라를 풍력발전소 인근에 설치, 새의 움직임과 접근을 시시각각 포착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실험에 동원된 스마트카메라는 IdentiFlight사의 AI가 탑재됐다. 이 카메라는 새가 풍력발전소에 접근, 충돌가능성이 감지되면 터빈을 알아서 제어한다. 

연구팀은 미국 와이오밍에 자리한 풍력발전소 2개소(총 176기)를 실험장소로 정했다. 1개소에 설치된 스마트카메라는 총 47대. 발전소 부지에 떨어진 새의 사체 수를 먼저 기록한 뒤 시스템 가동 전후 상황을 비교했다. 나머지 1개소의 풍력발전소는 카메라 없이 운용했다.

미국에서만 연간 최대 50만 마리의 야생조류가 풍력발전소 날개에 충돌해 죽는다. <사진=pixabay>

스마트카메라를 설치한 쪽은 설치 전보다 독수리 사체가 63% 감소했다. 스마트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은 쪽은 113%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스마트카메라 시스템은 무려 82%의 야생조류 충돌사고를 막아줬다. 

연구에 사용된 스마트카메라 시스템은 최대 1㎞ 떨어진 지점의 새를 감지한다. 새가 날개에 접근하기 전에 미리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이 카메라 한 대로 복수의 풍력발전 터빈을 제어할 수 있다.

광학센서와 AI를 이용한 스마트카메라는 하늘을 나는 새의 궤도나 속도까지 판단한다. 이에 맞춰 터빈의 움직임을 상황별로 조정한다. 더욱이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자체 분석하며, 더 나은 운용방법을 제안한다. 보호해야 할 새의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등 다양한 세팅도 가능하다. 

실험에 동원된 AI 카메라 <사진=IdentiFlight 공식홈페이지>

물론 과제도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첨단기술이 집약된 스마트카메라 한 대를 도입하는 데만 15만 달러(약 1억6600만원)가 들어간다. 대당 유지비도 연간 8000달러(약 885만원)로 만만찮다.   

세계 각국은 풍력발전소로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새의 충돌사고를 막으려고 유럽에서는 블레이드를 검게 칠하는 실험도 진행됐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의 환경파괴를 피하기 위해 해상풍력발전소가 전부터 도입됐고, 부유식 발전소에 대한 연구도 한창이다. 저주파의 경우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가설 때문에 주민 반발이 일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관련 이슈가 최근 주목을 받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