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실험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피치 낙하 실험(The Pitch Drop Experiment)이 앞으로 100년간 지속된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는 2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올해로 94년째 진행 중인 피치 낙하 실험을 향후 100년 더 지속한다고 발표했다. 이 실험은 이 대학 물리학자 토마스 파넬 교수가 1927년 고안했고 1930년부터 시작했다.
피치 낙하 실험이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타르의 부산물 피치의 낙하 자체를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파넬 교수는 세계에서 점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피치가 액체라는 것을 증명할 목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대학 관계자는 "피치는 점도가 아주 높아 예로부터 선박에 바르는 방수제로 알려졌다"며 "파넬 교수는 깔때기 형태의 유리 용기에 가열한 피치를 붓고 이를 식혀 안정시키는 데만 3년을 보냈다. 1930년 겨우 깔때기 끝을 잘라 피치가 방울져 떨어지기를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피치가 흐르는 속도는 계절의 온도 변화에 좌우된다"며 "하도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파넬 교수를 이어 52년간 실험을 관리했던 존 메인스톤 교수마저 2013년 세상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학교에 따르면, 피치가 담긴 용기에서 첫 방울이 떨어질 때까지 8년이 걸렸다. 총 다섯 방울이 떨어지도록 무려 40년 넘는 세월이 지나갔다. 피치는 이렇게 94년간 단 아홉 방울 떨어졌다. 대학 관계자들은 향후 10년 내에 열 번째 피치 방울이 낙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놀랍게도 실제 피치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며 "피치는 상온에서 고체처럼 보이며 망치로 두드리면 쉽게 부서질 정도로 약하다. 이번 실험은 피치의 점도가 물의 약 1000억 배인 것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용기에 충분한 피치가 남아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실험은 아마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피치 낙하 실험은 어떻게 보면 인류의 수명과 끈기를 시험하는 장대한 모험이다. 2005년 파넬 및 메인스톤 교수가 괴짜 연구자들에 돌아가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하면서 팬도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피치 낙하 실험은 현재 퀸즐랜드대학교 앤드류 화이트 교수가 담당자다. 대학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실험을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하고 있다. 학교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약 160개국 3만5000명 정도가 상시 시청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