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연출로 수많은 팬을 거느린 쿠엔틴 타란티노(60) 감독. 충격적 전개와 드라마틱한 반전, 뚜렷한 색채로 사랑받는 그의 영화 인생에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의외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밤비'(1942)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작품으로 디즈니의 '밤비'와 거장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 마지막 집'(1972)을 꼽았다. 두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도저히 끝까지 보지 못하고 극장을 나오게 만들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쿠엔틴 타란티노는 "디즈니의 '밤비'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줬을 것"이라며 "아름다운 숲에서 토끼, 스컹크 친구들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밤비가 인간에 의한 어미의 죽음을 마주하는 신은 여전히 바로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언급한 신은 어린이 관객들에게 악명이 자자하다. 먹을 것이 없는 혹한을 겨우 견딘 밤비가 사냥꾼의 총에 어미를 잃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하얀 눈 위에서 피를 흘리며 어미가 눈을 감는 장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충격적인 전개로 여전히 회자된다.
타란티노 감독이 언급한 또 다른 작품 '왼편 마지막 집'은 2015년 세상을 떠난 호러 거장 웨스 크레이븐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17세 생일에 살인범들에 납치된 소녀가 모진 짓을 당하는 장면은 물론, 내막을 알게 된 부모가 벌이는 핏빛 복수가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숨통을 죄는 영화다. 개봉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공포 스릴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걸작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밤비'나 '왼편 마지막 집' 모두 어지간한 영화는 참고 보는 저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든 괴작"이라며 "깊은 트라우마는 남았지만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좋은 양분이 된 영화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