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위성 타이탄 표면에 나타났다 사라진 일명 ‘마법의 섬(magic island)’의 정체는 얼어붙은 다공질 유기 고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법의 섬’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카시니(Cassini)’ 탐사선에 의해 2013년 발견된 타이탄 표면의 섬을 말한다.

미국 샌안토니오 텍사스대학교(UTSA)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타이탄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대기가 무척 두꺼운 타이탄은 지구와 더불어 태양계에서 표면에 액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천체로 여겨진다.

‘마법의 섬’은 타이탄 북극 표면에서 두 번째로 큰 메탄 바다 리게이아 해에서 포착됐다. 타이탄의 풍부한 대기에 포함된 다양한 유기물은 이따금 얼어붙어 메탄이나 에탄 호수(또는 바다)에 떨어진다. 이때 보통 가라앉게 되는데, ‘카시니’의 2013년 관측 자료를 분석한 학자들은 리게이아 해에 덩그러니 뜬 섬 하나를 발견했다.

학계는 오랜 시간 ‘마법의 섬’의 정체를 파헤쳤다. 학자들 사이에서 질소 가스의 기포설 및 부유하는 고체설 등 여러 가설이 나왔지만 정설로 받아들여진 건 없었다. 2017년 ‘카시니’ 미션이 종료됐기 때문에 자세한 자료를 더 얻기도 힘들었다.

카시니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된 타이탄 북극의 메탄(에탄) 바다(호수) 분포도. 녹색 원이 리게이아 해로, 면적은 남한보다 크다. 2013년 카시니 관측 데이터에서 리게이아 해에 뜬 '마법의 섬'이 확인됐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UTSA 행성학자 유신팅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에탄 또는 메탄 바다에 떨어진 물질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경석처럼 한동안 떠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이 ‘마법의 섬’의 정체라고 의심했다.

유신팅 교수는 “타이탄의 호수 지표에 퇴적된 고체 물질들의 성질이 다공질 경석과 비슷하다면 메탄 호수에 잠시 떠 있는 것은 가능하다”며 “지구보다 50%나 두꺼운 타이탄의 대기에는 다양한 유기분자가 밀집해 있고, 이것들이 얼어 지표가 아닌 리게이아 해에 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교수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우선 타이탄의 유기물 얼음덩어리가 메탄 바다에서 녹는지 검증했다”며 “실험에서 우리는 타이탄의 대기에서 생성된 얼음덩어리가 아마 메탄 바다에 닿더라도 쉽게 녹지 않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메탄 바다가 유기물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나타난 '마법의 섬'. 2년 뒤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진=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공식 홈페이지>

액체 에탄과 메탄은 모두 표면 장력이 약해 고체가 잘 뜨지 않는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고체가 타이탄 표면의 바다나 호수에 떨어지면 금세 가라앉겠지만 다공질, 즉 구멍투성이 구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유신팅 교수는 “유기물 얼음덩어리가 충분히 크고 전체 크기 대비 구멍의 비율이 뜨기에 적절한 조건이라면 액체 메탄에 떨어져도 한동안은 떠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음덩어리 하나하나는 너무 작아 그것만으로는 떠오르지 않지만, 한데 모인 상태로 해안에 떨어지면 지구의 빙하가 붕괴하듯 부서져 호수를 떠다닐지도 모르는데, 이걸 ‘카시니’가 관측했다면 ‘마법의 섬’처럼 보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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