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가 훌쩍 넘는 거리를 11일 만에 날아간 철새가 기네스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은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1일 동안 무려 1만3560㎞를 날아간 철새의 대기록을 공개했다.

조류 학자들도 깜짝 놀란 기록을 작성한 새는 도요목 도요과에 속하는 큰되부리도요(bar-tailed godwit, 학명 Limosa lapponica)다. 생후 약 5개월에 불과한 큰되부리도요 한 마리가 알래스카에서 호주 태즈메이니아 주까지 1만3560㎞를 11일 동안 날아갔다.

원래 철새는 번식과 먹이 등 생존 문제로 정기적으로 이동한다. 수많은 철새 중에는 장거리를 비행하는 종이 적잖게 존재하는데, 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기나긴 여행이 된다.

철새 장거리 비행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운 큰되부리도요(사진 속 개체는 기록 경신 새는 아님) <사진=pixabay>

기네스 세계기록은 “지구 한 바퀴가 대략 4만㎞이므로 이 새는 열흘 정도에 무려 지구를 1/3 비행한 것”이라며 “더욱이 놀라운 것은 큰되부리도요가 한 번도 쉬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값진 기록을 작성한 큰되부리도요는 지난해 10월 13일 조류 학자들이 발목에 인식번호(234684) 띠를 감아줬다. 이동 거리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학자들은 초소형·초경량 위치 추적 태그를 부착했다. 덕분에 이 새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간 사실이 파악됐다.

학자들은 철새가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지만 1만3000㎞ 넘는 거리를 11일 만에 쉬지 않고 비행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철새들은 긴 여행 도중 가끔 착지해 먹이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쇠부리슴새 등 물갈퀴가 없는 일부 철새는 장시간 이동 중 탈진해 바다에 떨어져 죽기도 한다.

무리 지은 철새들의 우아한 비행은 사실 생존을 건 사투다. <사진=pixabay>

주로 추운 지방에 서식하는 큰되부리도요는 몸길이 약 40㎝까지 자란다. 암수 평균 체중은 약 400g이다. 논스톱 장거리 비행에 최적화된 이 새는 환경에 맞게 몸을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는 탁월한 능력까지 갖췄다. 

큰되부리도요는 소화기관과 간, 신장 등 주요 조직 및 장기의 에너지 25%가량을 비행에 필수적인 기관에 쏟아부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심장과 가슴 근육에 더 많은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하는 식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학자들은 이번 큰되부리도요가 비행 결과 체중의 절반 이상을 잃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금까지 철새가 비행한 최장 기록은 2020년 같은 큰되부리도요가 작성한 1만3210㎞다. 이번에 이 기록이 약 350㎞ 차이로 깨졌다.

조류 전문가들은 이번 기록을 바탕으로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 혹시 모를 탈진 등에 대비해 먹이를 임의로 지급하는 등 큰되부리도요 개체를 보호할 방법을 고안할 방침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