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자동차 배기음에 매료된 남성일수록 사이코패스 또는 사디스트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법 튜닝을 통해 자동차 배기음을 키우는 운전자가 느는 가운데, 이들의 심리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연구는 드물어 학계 관심이 쏠렸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Current issues in personality psychology’ 최신호에 실린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생활 소음과 다양한 심리의 연관성을 조사해온 연구팀은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경영대 학생 529명(평균 18.14세·남성 289명·여성 234명·기타 6명)을 모아 자동차 배기음 관련 설문을 진행했다.
우선 연구팀은 “차는 나다움을 드러내는 행위의 연장선이다” “시끄러운 차는 정말 멋있다” “가능하면 머플러를 개조해 배기음을 키우고 싶다” 등 배기음 관련 문장 3개를 제시하고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성격을 나타내는 28개 질문에도 응답했다. 질문들은 모두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 즉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인 사이코패스와 과도한 자기애가 야기하는 나르시시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과 연관됐다. 연구팀은 여기에 가학적 성욕 사디즘까지 더한 쇼트 다크 테트라드(short dark tetrad, SD4) 테스트를 실시했다.
조사를 이끈 줄리 셔머 교수는 “참가자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실제 테스트에서 마키아벨리즘은 ‘간교하다’, 나르시시즘은 ‘특별하다’, 사이코패스는 ‘거침없다’, 사디즘은 ‘심술궂다’로 그 표현을 순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가자들의 차량 취향과 성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사이코패스와 사디즘 수치가 높은 남성은 배기음이 우렁찬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마키아벨리즘이나 나르시시즘은 자동차 배기음 취향과는 딱히 관련성이 없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시끄러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성격이 나쁘다는 이전 분석이 대체로 옳지만, 나르시시즘과 관계성이 없는 점은 의외라는 입장이다. 나르시시스트인 사람은 큰 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에게 관심을 끌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줄리 셔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참가자가 모두 같은 대학 같은 학부의 젊은 남녀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면서도 “배기음을 불법으로 키워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캐나다는 물론 여러 국가에서 증가세라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