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뱀장어의 강력한 방전은 주변 수중 생물의 유전자를 변화시킨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나고야대학교 생명공학 연구팀은 5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전기뱀장어의 방전은 주위 생물의 유전자 구조를 바꿀 만큼 위력적이라고 전했다.
이 대학 생명공학자 혼도 에이이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기뱀장어가 발휘하는 방전이 일렉트로포레이션(electroporation)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가설을 세웠다. 일렉트로포레이션이란 인위적으로 전압을 가해 생물의 세포막에 구멍을 내고 DNA나 단백질 등을 주입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녹색 빛을 내도록 마킹된 DNA 용액을 실험실에서 키운 제브라피시에 붙인 뒤 전기뱀장어를 자극해 방전시켰다. 실험 결과 제브라피시 5%에서 환경 DNA 마커의 빛이 확인됐다.
혼도 교수는 "일반적으로 강물 속에는 환경 DNA로 불리는 생물의 DNA 조각들이 무수히 흐르고 있다"며 "전기뱀장어의 강력한 방전의 영향권에 든 생물들의 세포에 구멍이 뚫렸다면 여기에 환경 DNA가 흡수될지 모른다는 가설이 들어맞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마존 강에 서식하는 전기뱀장어는 주변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세포를 천공시키고 수중 환경 DNA를 강제 주입하면서 유전자 조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입증됐다"며 "전기뱀장어의 전기는 일렉트로포레이션 장치와 비교해 펄스의 형상이 다르고 전압도 불안정하지만 주변 생물의 유전자에 분명한 변화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전기뱀장어는 남미 북부에 서식하는 열대 민물고기로 몸길이 최대 2m까지 자라며 최대 발전력은 860볼트(V)에 달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전기뱀장어의 전기를 묘사한 기록이 남아있고, 1775년 전기뱀장어가 사람을 기절시키는 사고가 알려지며 학자들의 연구가 시작됐다.
혼도 교수는 "이번 실험은 전기뱀장어가 천연 일렉트로포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며 "지면을 타고 흐르는 번개가 토양 속의 생물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