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물건을 잡을 필요가 없어진 발의 진화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외반모지라고도 하는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검지발가락 쪽으로 지나치게 휘어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미국 족부외과 전문의 티모시 밀러는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낸 기고에서 전 세계 성인의 약 25%가 가진 무지외반증이 이족보행에 따른 사람의 발 진화 때문에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티모시 밀러는 무지외반증이 고대인 유골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영국 고고학자들은 8000년 전 지금의 잉글랜드 북서부 해안에서 발굴한 10대 소년의 유골에서 무지외반증 흔적을 발견했다. 14~15세기 영국 케임브리지 주변에 묻힌 중세 사람들의 유골 약 27%에서도 무지외반증으로 추측되는 발가락 변형이 드러났다.
티모시 밀러는 "2017년 학자들이 박물관에 소장된 고대인, 침팬지, 고릴라의 발등뼈 구조와 기능을 조사한 적이 있다"며 "사람은 침팬지나 고릴라에 비해 엄지발가락의 변화가 생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침팬지나 고릴라는 물건을 움켜잡기 위해 엄지발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한다"며 "이와 달리 잡기 기능이 퇴화된 인간의 엄지발가락은 지면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주변부 근육이나 인대에 부담이 쌓였고, 끝내 변형돼 무지외반증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지외반증은 많은 사람이 가진 병이지만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티모시 밀러는 "통증이 있는 무지외반증 환자 350명을 대상으로 한 2007년 연구에서 3세대 이내 가족 중 무지외반증 병력이 있는 사람이 90%였다"며 "유전적 요인을 밝힌 연구들은 이후에도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 모양 역시 무지외반증의 원인으로 꼽힌다"며 "발을 옆에서 볼 때 형성되는 아치가 낮은 사람은 엄지발가락 주변 근육이나 인대가 느슨해져 무지외반증이 생기기 쉽다는 게 의학계의 정론"이라고 전했다.
신발이 무지외반증을 야기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대로부터 인간의 발은 초원이나 부드러운 지면을 걷도록 만들어져 있었다"며 "현대인은 딱딱한 바닥이나 콘크리트를 주로 걷지만 일상적으로 신는 신발, 특히 패션을 강조한 것들은 발바닥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변형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