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머리맡에 천연 오일이나 향초를 두는 것은 스트레스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뇌 인지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CI) 연구팀은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수면 중에 기분 좋은 향을 맡으면 사람의 종합적인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는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후각이 뇌의 기억회로와 직접 연결돼 여러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간단한 실험을 기획했다. 좋은 향과 인지 기능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60~85세 남녀 43명을 모집한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향이 들어간 천연 오일, 다른 한쪽은 향이 없는 가짜 오일을 제공했다.
피실험자들은 각자 받은 오일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 6개월간 생활했다. 각 오일은 잠잘 때 2시간 동안 디퓨저를 통해 뿜어졌다. 천연 오일은 장미, 오렌지, 유칼립투스, 레몬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것으로 구성했다.
6개월 뒤 피실험자들을 불러들인 연구팀은 몇 가지 공통된 테스트를 진행해 실험 전후 기억력과 언어·학습·주의력 등 종합적 인지능력에 변화가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매일 2시간 향기를 맡으며 잠든 피실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인지능력이 약 226% 뛰어났다.
실험 관계자는 "뇌 스캔 결과, 향기를 맡은 피실험자들은 기억과 사고를 관장하는 뇌 영역의 연결고리가 구조적으로 변화했다"며 "기분 좋은 향은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사실은 물론, 인지 기능을 높이고 유지시키는 데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가 모두 뇌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미 인지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발휘되는지 장담하지는 못했다. 다만 후각을 통한 뇌세포 자극이 젊고 건강한 뇌 유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실험이 보여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실험 관계자는 "인간의 오감을 활용하면 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후각은 특히 유용하다"며 "냄새를 느끼는 힘이 떨어진다면 인지능력 저하를 의심해도 좋을 정도로 후각과 뇌에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간의 시각은 뇌의 시상이라는 부분을 경유하고 나서 정보를 처리한다. 이와 달리 후각은 뇌의 기억회로와 직결돼 있어 오감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며, 뇌의 여러 기능을 체크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