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가까운 적색왜성 트라피스트-1(TRAPPIST-1)의 항성풍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돼온 주변 행성들을 내부로부터 가열할 가능성이 떠올랐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행성학자 알렉산더 그레이버 연구팀은 7일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를 통해 트라피스트-1을 공전하는 행성들이 항성의 영향을 생각보다 많이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지구에서 약 40광년 거리로 비교적 가까운 트라피스트-1 항성은 질량이 태양의 12분의 1 수준이다. 주위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를 지구형 행성을 최소 7개나 거느려 주목받아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대상이기도 한 트라피스트-1과 7개 지구형 행성. d, e, f, g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트라피스트-1 항성 표면의 폭발 현상, 즉 항성 플레어가 지금까지 연구보다 위력이 강하며, 이 영향으로 주변 행성들의 내부가 가열돼 지각 활동이 활발할 것으로 추측했다.

알렉산더 그레이버 교수는 "태양 등에서 관찰되는 강렬한 코로나 질량 방출(CME)은 주성을 도는 행성들의 내부를 가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태양 플레어와 지구의 관계를 감안하면, 트라피스트-1 역시 행성들에 뚜렷한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라피스트-1은 태양보다 훨씬 작고 행성계 규모도 태양계와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가장 바깥쪽을 도는 행성 트라피스트-1h의 궤도가 수성 궤도보다 안쪽일 정도다.

트라피스트-1 항성계(위)와 태양계(아래)의 비교도. 트라피스트-1 항성을 도는 가장 바깥쪽 행성의 궤도는 태양계의 수성보다 안쪽이다. <사진=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트라피스트-1이 방출하는 플레어가 각 행성의 대기 정도에 작용한다는 기존 연구를 의심했다. 플레어가 생각보다 강하다면 행성의 내부를 충분히 가열시킬 수 있고, 이 경우 행성의 지질활동이 의외로 활발할 것으로 생각했다.

항성의 플레어는 행성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강력한 태양 플레어의 경우 지구의 대규모 정전이나 통신 장애를 야기한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약 1억5000만㎞(1천문단위)인 점을 감안하면, 트라피스트-1이 태양보다 작더라도 딸린 행성에 미치는 작용은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

알렉산더 그레이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항성의 플레어가 주변을 도는 행성의 내부 열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며 "트라피스트-1과 가장 가까운 행성은 항성 플레어에 의한 내부 가열이 상당하며, 지질 활동이 무척 활발할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항성풍이 딸린 행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상단이 기존, 하단이 이번에 이뤄진 연구다. <사진=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행성은 항성 플레어가 영향을 미치는 교번 자기장(alternating magnetic field)에 의해 내부에서 전류가 발생, 가열된다"며 "이 과정은 행성의 지표가 생명체가 살 만한 상태로 진화하는 등 다양한 지질학적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성 플레어에 관한 연구는 행성의 대기를 모조리 벗겨버릴 만큼 강한 위력에 집중됐다. 항성 플레어가 행성의 거주성에 미치는 파괴적 측면 위주의 조사에서 벗어나, 생명체가 존재할 지표 환경 조성을 플레어가 촉진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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