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보풀 덩어리처럼 생긴 약 3만 년 전 다람쥐 미라가 일반에 공개됐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다람쥐가 겨울잠을 자던 중 그대로 미라가 된 것으로 추측했다.

캐나다 유콘 자연사 박물관은 31일 공식 채널을 통해 2018년 유콘 준주에서 발견된 약 3만 년 전 다람쥐의 미라를 소개했다. 박물관 재개장에 앞서 선을 보인 이 다람쥐는 둥근 갈색 덩어리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털로 덮여 있다.

이 미라는 유콘 준주 도슨 시티 인근 헤스터 크리크 지역의 폐쇄된 금광에서 발굴됐다. 헤스터 크리크는 19세기 말 골드러시로 이름을 날린 지역으로, 최근 빙하기에 죽은 동물의 뼈나 화석이 자주 발견된다.

약 3만 년 전 겨울잠을 자던 중 죽어 미라가 된 북극땅다람쥐 <사진=유콘 자연사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박물관 관계자는 "미라가 된 다람쥐는 정확히 북극땅다람쥐(Arctic ground squirrel)"라며 "헤스터 크리크에는 여전히 이 다람쥐가 많이 서식하며, 겨울잠을 자기 위해 땅을 파고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북극땅다람쥐가 보여주는 습성은 3만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콘 시티의 영구 동토 아래에서 가끔 오래 전 죽은 다람쥐 미라가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라의 경우, 보존 상태가 극히 좋아 학술적 가치가 대단하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북극땅다람쥐는 빙하기를 견디고 현재까지 멸종하지 않은 만큼, 온전한 미라를 분석하면 진화 과정을 세세하게 알 것으로 박물관은 기대했다.

X레이를 통해 들여다본 북극땅다람쥐 미라. 보존 상태가 굉장히 좋다. <사진=유콘 자연사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북극땅다람쥐 현생종은 몸길이 40㎝ 내외에 몸무게 약 750g으로 움직임이 날렵하다. 주행성 동물로 수컷 한 마리가 무리를 지배하며, 겨울잠에 대비해 여름에 체지방을 늘리고 땅굴에 식량을 쌓는다.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약 7개월간 겨울잠을 자며, 이때 체온은 영하까지 떨어진다.

박물관 관계자는 "엑스레이 분석 결과, 이 미라는 겨울잠을 자다 죽은 어린 북극땅다람쥐일 가능성이 있다"며 "대개 미라가 된 동물의 뼈는 칼슘이 점점 없어져 엑스레이로도 선명하게 찍히지 않는데, 이번 미라는 골격이 아주 뚜렷할 만큼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캐나다 유콘 자연사 박물관은 이 다람쥐에게 발견지를 딴 헤스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라는 고생물학자들이 헤스터 크리크에서 발굴한 족제비 미라와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