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지금 몇 시지?"

지구의 위성인 달은 화성과 함께 언젠가 이뤄질지 모를 인류의 행성 이주 후보지로 꼽힌다. 달에 대해서는 과거나 지금이나 다각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달의 표준시를 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외국이 시차가 있듯 달 역시 지역마다 시차가 있다. 달은 지구와 달리 표준시가 정해져 있지 않아 달의 어떤 지역이 지금 몇 시인지, 또 다른 지역과 시차는 얼마나 나는지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다.

현재 달의 시간은 각국 우주 기관들이 저마다 독자적으로 다룬다. 달의 시간 척도를 국제 사회가 정한 과학적 표준시인 협정세계시(UTC)에 연동시켜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다지 정확하지는 않다.

달 탐사가 보다 활발해지면 달의 표준시가 필요하다는 게 학자들의 생각이다. <사진=pixabay>

학자들이 달의 표준시를 정하려는 것은 향후 활발해질 탐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달 표면의 탐사선은 지금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각국의 우주개발 열기로 미뤄 수년 내에 많은 탐사선이 달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 상황에도 달에 표준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탐사 미션의 진행이나 지구를 향한 정보 전송 등에 상당한 애를 먹을 수 있다. 향후 달 구석구석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GPS 같은 위성 항법장치가 필수인데, 이를 사용하려면 달의 정확한 시간을 먼저 정해야 한다.

NASA와 ESA는 달 탐사에서 GPS를 사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지구의 대형 안테나 전파를 보내 위치를 특정해 왔다. 다만 앞으로 더 많은 미션이 동시에 진행되면 일일이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버거워진다.

NASA와 ESA가 구상하는 달의 표준시 구축 방법. 원자시계를 탑재한 위성 4개를 배치하고 달 표면의 수신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때문에 NASA와 ESA는 달의 표준시를 정하기 위한 '전구 측위 위성 시스템(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GNSS)'을 구축할 계획이다. 두 기관은 내년부터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이 포착하는 미약한 전파를 종합, 달 표면의 위치를 특정하는 실험에 나선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경에는 달의 GNSS를 완성할 예정이다.

학자들은 달의 시간을 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입장이다. 1초의 정의 자체는 지구든 달이든 마찬가지지만, 특수상대성이론에 근거,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원자시계가 느려진다. 달의 중력은 지구보다 약하므로 달의 시계는 지구보다 빨리 간다. 달의 자전의 영향으로 시계를 놓는 장소에 따라서도 시간이 달라진다.

현재 유력한 방법은 달의 시간을 지구의 UTC에 연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달의 가상 시간은 지구 UTC에 일정 간격으로 맞춰진다. 가장 간단한 데다 지구에서도 달의 시간을 쉽게 알 수 있다.

달에서도 지구처럼 인터넷을 사용하게 해주는 루나넷의 개요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달의 가상 시계를 달 표준시로 정하는 방법도 있다. 미래에 인류 일부가 달로 이주하고, 설령 지구와 연락이 끊긴다 해도 달의 표준시가 있다면 통신이 뒤엉키거나 고립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다. 화성 등 달보다 통신이 까다로운 행성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달에서는 시간 외에도 정해둘 기준들이 많다. 내비게이션에 사용할 달의 지도나 좌표계, 인터넷이 대표적이다. 이는 특정 국가나 우주기관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각국이 어떤 시스템을 정하고 합의해 상호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NASA는 ESA와 협력해 '루나넷(Lunar Net)'을 개발 중이다. 지구처럼 달에서도 인터넷 같은 통신을 사용하도록 해주는 단일 네트워크 규격이다. 이를 통해 우주비행사들은 달에서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쉽게 전송하고, 달 탐사를 위한 내비게이션도 활용할 수 있다. NASA는 '루나넷'의 실용화를 오는 2035년으로 잡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