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세계인이 즐기는 와인은 보급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필드박물관 연구팀은 최근 내놓은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은 태고의 포도 종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공룡과 포도 사이에서 강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남미 각지에서 발견된 6000만~1900만 년 전 포도씨 화석을 분석, 씨앗들이 어떻게 퍼졌는지 조사했다. 포도가 세계 각지에서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 공룡이 멸종하면서 숲의 이전까지와 달리 급변한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식물의 과육 같은 부드러운 조직은 좀처럼 화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오래된 과일 연구는 단단한 씨앗 화석에 의존하는 편"이라며 "포도도 예외는 아니며,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포도씨 화석은 인도에서 발견된 6600만 년 전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슷한 시기 지구에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해 그때까지 지상을 호령한 공룡들이 멸종했다"며 "때를 같이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가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몸집이 큰 공룡들이 숲을 누비며 나무들을 쓰러뜨렸고, 그 영향으로 고대 지구의 숲은 상당히 탁 트인 상태였다고 추측했다. 그런데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하자 나무가 다시 밀집해 숲이 우거지고 최대 5m 높이의 관목층이 형성됐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조사 관계자는 "포도 같은 덩굴식물은 이 기회를 잡아 나무에 오르기 시작한 것 같다"며 "공룡이 멸종한 뒤에 포유류나 조류의 종이 다양화한 것도 포도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 일조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공룡 멸종을 틈타 번성한 식물을 조명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약 65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졌다는 것은 가설이 불과해 다양한 동식물의 진화를 제대로 알려면 공룡 멸종의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