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회수한 소행성 '베누(Bennu)'의 샘플에서 물과 탄소가 발견되면서 외계 생명체 연구가 탄력을 받게 됐다. 학계는 지구 생명체가 탄생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NASA는 지난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OSIRIS-REx)'가 채취한 '베누'의 토양 샘플 조사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베누'의 샘플은 지난달 25일(한국시간) 지구로 돌아왔으며, 직후 NASA가 회수해 분석해 왔다.

7년간 약 62억1200만㎞의 여정 끝에 지구로 들어온 '베누'의 샘플은 대략 250g이다. 첫 분석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는데, 물과 탄소가 포함됐다는 NASA의 발표는 학계를 잔뜩 들뜨게 했다.

소행성 베누의 토양 샘플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Erika Blumenfeld·Joseph Aebersold>

빌 넬슨(81) NASA 국장은 "'베누' 표면의 토양 샘플은 약 45억 년 전 지구와 태양계의 역사를 담고 있다"며 "'베누' 지표면의 작은 부스러기는 인류가 입수한 것 중 가장 큰 탄소질 소행성 샘플이며, 탄소와 물 분자는 바로 우리가 애타게 찾던 것"이라고 전했다.

'베누'는 태양계를 도는 소행성 중 지구와 비교적 가까워 전부터 연구 대상이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300년 1750분의 1의 확률로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학자들은 이 소행성의 지구 충돌 여부 이상으로 구성 물질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에 샘플에서 물과 탄소가 포함된 것으로 판명되면서 외계 생명체 탐사나 연구에 적잖은 진전이 있을 전망이다.

이런 물질은 지구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데도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갖고 돌아온 소행성 '류구(Ryugu)'의 샘플에서도 RNA의 핵산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 등 생명의 기본 소재가 나온 만큼, 지구의 물은 행성 자체보다 오래됐고, 원시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이나 혜성에 의해 운반된 것이라는 가설도 힘을 받게 됐다.

소행성 베누의 샘플 채취에 나서는 오시리스 렉스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NASA 관계자는 "아마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이 가져온 것은 물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생명의 기본적인 소재 또한 우주에서 날아온 암석에 의해 반입됐을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야부사 2호'가 채취한 '류구' 암석 시료에 이어 '베누' 샘플에도 뚜렷한 바이오 마커가 포함된 것은 광활한 우주에 과연 지적 생명체가 인간뿐인지 생각하게 만든다"며 "'베누'는 B형 소행성으로 S형인 '류구'와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더욱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NASA는 이번에 회수한 '베누' 샘플을 JAXA와 캐나다우주국(CSA)에도 보낼 예정이다. '류구'의 샘플 역시 JAXA가 제공한 분량을 NASA가 분석한 바 있다. '베누'의 샘플 일부는 미래 학자들의 연구를 위해 보존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