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전체가 완전히 얼어붙는 눈덩이 지구 빙하기, 일명 스노우볼 어스(snowball earth)의 연대 측정이 학자들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푸른 별 지구는 과거 두 차례 혹독한 스노우볼 어스를 경험한 것으로 생각돼 왔다.

미국과 독일 기후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두 번째 스노우볼 어스 마리노안(Marinoan glaciation) 빙기의 기간이 생각보다 짧았다고 주장했다. 

지구는 과거 여러 차례 빙하기를 맞았지만 행성이 통째로 얼음덩이가 되는 스노우볼 어스는 스타티안 빙기(Sturtian glaciation) 및 마리노안 빙기였다. 스타티안 빙기의 시작 시점은 7억1700만 년 전부터 6억4300만 년 전으로 여겨지며, 지속 기간은 무려 5600만 년으로 추측된다.

마리노안 빙기는 언제 시작됐는지 명확하지 않다. 약 6억5000만 년 전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한데,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마리노안 빙기가 생각보다 짧은 400만 년 지속됐기에 지구 생명체가 멸종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남아 있는 약 6억 년 전 지층을 자세히 조사한 연구팀은 마리노안 빙기의 지속 기간이 스타티안보다 훨씬 짧은 약 400만 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리노안 빙기가 짧았기 때문에 지구의 생명체가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기후학자 프랜시스 맥도널드 연구원은 "지구가 꽁꽁 얼어붙는 스노우볼 어스의 원인은 대기의 이산화탄소 급감에 따를 급속도의 한랭화"라며 "이 상태가 수백만 년, 혹은 수천만 년 지속되면서 지구 환경은 극한으로 변화했고 생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리카 대륙 서해안의 나미비아는 광활한 사막지대지만 6억 년 전에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며 "나미비아의 고대 빙하 퇴적물을 분석했더니 미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우선 드론을 사용해 나미비아의 퇴적층을 상공에서 매핑했다. 이 과정에서 상하 방향의 지층 변위가 덜한 장소를 알아냈다. 이는 빙하의 움직임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아 빙하가 장기간 같은 장소에 머물렀음을 의미한다.

마리노안 빙기가 더 길었다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온전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진=pixabay>

이어 연구팀은 마리노안 빙기가 시작되기 직전 쌓인 것으로 생각되는 화산재층을 분석했다. 격렬한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이 화산재는 지구 전체를 얼음으로 덮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활용한 결과, 마리노안 빙기는 약 6억3900만 년 전에 시작돼 약 400만 년간 지속됐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맥도널드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마리노안 빙기의 지속기간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추정치를 크게 줄였다"며 "흥미롭게도 스노우볼 어스가 끝난 후 처음으로 복잡한 다세포 생물의 화석이 지층에서 나왔다. 비록 단순한 미생물뿐이었지만 혹독한 빙하기가 막을 내리자마자 세포 여러 개로 구성된 생물이 나타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만약 마리노안 빙기가 더 길었다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얼어붙어 멸종했을 것"이라며 "얼음이 녹고 온난한 환경이 돌아오자 생명은 단번에 진화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 발견은 지구 이외의 얼음 천체에도 생명이 살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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