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발자국이 선명한 점토 조각이 이스라엘 성곽 유적에서 발굴됐다. 점토 조각에 대한 연대 측정 결과 제작 시기는 대략 1200년 전으로 확인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시몬 깁슨 교수 연구팀은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자리한 성곽 유적 발굴 과정에서 1200년 전 고양이 발자국이 찍힌 점토 조각이 나왔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성벽을 짓기 위해 모인 인부들이 현장에서 점토로 물병을 만들었고, 채 마르기 전 고양이가 밟은 것으로 추측했다.

조사 결과 점토 조각에는 고양이 앞발바닥과 발톱을 길게 세워 깊이 찌른 흔적이 뚜렷하게 남았다. 이는 단순히 고양이가 점토 물병을 앞발로 긁은 것이 아니라 체중을 실어 밟아 생긴 자국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물병 파편으로 보이는 점토 조각. 고양이 발자국이 선명하다. <사진=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시몬 깁슨 교수는 "이 점토 물병의 파편은 아바스 왕조 시대(750~1258년)의 것으로, 예루살렘 시온 산 성곽 유적 발굴 도중에 나왔다"며 "발자국은 가로 3㎝, 세로 3㎝ 정도이며, 이만큼 세월이 흘러도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점은 놀랍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걸을 때 발톱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 깊은 자국이 날 일도 없다"며 "뭔가에 한눈이 팔린 고양이가 건조 중인 찰흙 물병을 체중을 실어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200년 전 인류는 습한 흙을 채취해 도자기나 물병 등 생활 용품을 구웠다. 흙에서 식물이나 돌멩이 같은 이물질을 제거하고 성형 및 소성을 거쳤는데, 기포를 제거해 잘 반죽하는 작업이 특히 중요했다. 성분이나 성질이 고루 섞이는 균질화가 이뤄지지 않은 흙은 구울 때 가마 안에서 갈라지거나 터지기 일쑤였다.

고고학자들이 조사하는 유적에서는 종종 고양이 발자국이 찍힌 유물이 출토된다. <사진=pixabay>

시몬 깁슨 교수는 "1200년 전 사람들은 제법 고도화된 도자기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반죽이 끝난 점토로 항아리나 그릇의 모양을 잡고 통풍이 원활한 장소에서 천천히 말린 뒤 저온과 고온에서 두 번 굽는 방법을 이미 터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옛날 도자기에는 당연히 인간의 지문이 많이 남아 있다"며 "우리가 찾은 점토 조각은 건조를 위해 태양 아래 놓였고, 일광욕을 즐기러 나온 고양이에게 밟혔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고양이 발자국이 찍힌 오래된 도자기가 발굴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약 2000년 전 로마인이 키우던 반려묘의 발자국이 선명한 벽돌이 2017년 영국 유적에서 나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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