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잡이 또는 왼손잡이는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변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른손과 왼손은 선대칭 구조지만 왼손을 주로 쓰는 세계 인구는 약 10%에 불과하다.
독일 막스플랑크 심리언어연구소(MPIP)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MPIP는 사람이 자라나며 어느 쪽 손을 주로 사용하는지 좌우하는 것은 특정 유전자 변이가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 세계 인구 중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련 연구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왔다. 2009년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왼손잡이가 약 25% 확률로 유전되며, 둘 중 누가 왼손잡이가 될지는 유전형질이 관여한다고 밝혀졌다.
약 40만 명의 개인 기록을 조사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는 왼손잡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영역 4개를 2019년 특정했다. 옥스퍼드대는 이듬해 다시 17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에서 왼손잡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변이를 41개 발견됐다.
MPIP 학자들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35만 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를 조사했다. 분석 대상이 된 데이터 제공자 중 31만 3271명은 오른손잡이, 3만8043명은 왼손잡이였다.
왼손잡이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군을 체크한 학자들은 이 유전자 영역의 변이가 왼손잡이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들여다봤다. 그 결과, 변이에 의한 왼손잡이의 유전율은 약 1%로 나타났다.
특히 왼손잡이는 튜불린(tubulin) 단백질로 형성되는 세포 내 미세소관을 발현하는 유전자 'TUBB4B'의 변이 비율이 오른손잡이보다 2.7배 높았다. 튜불린은 진핵세포 내 세포 골격을 이루는 미세소관을 구성한다.
클라이드 프랭크스 MPIP 연구원은 "이 미세소관은 세포 골격의 일부를 형성하며, 뉴런 발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배아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비대칭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세포막의 섬모를 형성하기 때문에 주로 쓰는 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세소관이 주로 쓰는 손의 개인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우리 연구는 희귀한 유전자 변이가 왼손잡이를 야기할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