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에 걸린 반려묘를 살리기 위해 오래된 애마를 처분한 일본 남성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차량을 구입한 새 주인이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차를 수리해 다시 선물했기 때문이다.

‘leiz’라는 계정을 사용하는 오사카 거주 남성은 2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고양이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준 차량 구매자와 기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남성의 사연은 대충 이렇다. 가족처럼 키우던 반려묘 실크가 지난 5월 전염성 복막염(FIP)에 걸렸다. FIP는 반려묘 집사들에게는 악명이 자자한 병으로 최근 신약이 개발되고 있지만 치명률이 워낙 높아 고양이들의 난치병으로 분류된다.

5월 FIP 진단을 받고 100일 넘게 치료를 받은 고양이 실크 <사진=leiz 트위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의사들을 찾아다닌 남성은 일본에서는 승인 전 단계의 시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백만 엔 단위로 매우 비싼 이 약을 구입하기 위해 남성은 27년간 아껴 타던 도요타 명차 수프라를 인터넷 옥션에 내놨다.

남성이 270만엔(약 3000만원)에 내놓은 수프라는 북미 수출 사양인 MA70형으로 일본에서는 희귀한 왼쪽 핸들 모델이다. 도요타가 중고차 시장에서 워낙 인기가 많은 데다 희귀 모델이라 차량은 금세 낙찰됐다. 이를 통해 얻은 돈으로 남성은 반려묘를 정성껏 치료했다. 100일 넘는 치료 기간을 잘 버틴 실크는 천만다행으로 FIP를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았다.

낙찰받은 수프라를 돌려주기 전에 정비하는 마사코바(오른쪽) 씨 <사진=leiz 트위터>

다 죽어가던 고양이가 회복한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여겼던 남성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명차를 판매한 사실을 안 구매자가 수프라를 정성껏 수리해 되돌려줬다.

차량을 구입했던 사람은 오사카에서 건설업을 하는 마사코바라는 남성이었다. 옥션에 올라온 차량을 낙찰받은 뒤 기뻐하던 그는 출품자 정보를 우연히 접하고 고양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챘다.

클래식 차량 수집가인 마사코바 씨는 과거 큰 병에 걸린 반려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사실이 생각났다. 남일 같지 않았던 그는 27년간 여기저기 고장 난 수프라를 자비를 들여 말끔하게 고친 뒤 주인에게 돌려줬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점, 반려동물을 키우는 점이 닮아 돕고 싶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곁들였다.

사람들의 온정 덕에 치료를 받은 실크와 수리 후 주인에게 돌아온 수프라, 사연을 접한 사람들이 보낸 응원 편지 <사진=leiz 트위터>

훈훈한 사연은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고 TV 방송을 통해서도 공개됐다. 실크를 돕겠다며 약 250명이 성금을 보냈다. 지금까지 모인 돈은 50만엔(약 540만원)이 넘는다.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관심이 실크를 살렸다는 남성은 "차량을 새것처럼 만들어 돌려준 낙찰자에게 뭐라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준 기부자들 중에는 용돈을 모아 건넨 초등학생도 있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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