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거대 크레이터 ‘브레드포트 돔(Vredefort Dome)’을 만든 소행성이 지금까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된 논문에서 남아공의 거대 운석 분화구 ‘브레드포트 돔’을 형성한 천체는 예상보다 더 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간 지질학자들은 ‘브레드포트 돔’에 충돌한 천체의 지름을 약 15㎞, 지표면 충돌 속도는 초속 약 15㎞라고 여겼다. 다만 연구팀은 천체 지름이 20~25㎞, 방출된 에너지는 기존 예상의 최대 3.7배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전 수치는 직경 약 172㎞의 크레이터가 형성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된 것”이라며 “새로운 지질학적 증거와 추가 측정 자료를 바탕으로 충돌 당시 ‘브레드포트 돔’의 크레이터 직경은 250~280㎞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연구팀은 최근 분석 자료를 반영한 새로운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직경 250㎞의 크레이터 형성을 재현하려면 천체 크기는 직경 20~25㎞, 충돌 시 속도는 초속 약 15~20㎞로 나타났다. 여태까지 예상보다 더 큰 천체가 더 빨리 충돌했기 때문에 방출된 에너지 역시 기존 학설 대비 1.67~3.7배로 추산됐다.
참고로 약 6600만 년 전 지구에 충돌해 직경 약 180㎞의 ‘칙술루브 크레이터’를 형성한 천체의 직경은 10㎞으로 추정된다. 이 시대는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의 경계에 해당한다. 칙술루브 크레이터를 형성한 천체 충돌은 공룡을 비롯한 지구 생물의 대량 멸종을 일으킨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에 참여한 로체스터대학교 지질학자 나카지마 미키 조교수는 ‘브레드포트 돔’이 만들어질 당시 ‘칙술루브 크레이터’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방출했고, 예상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충돌로 발생한 지표면 분출물이나 에어로졸(대기에 부유하는 고체·액체 미립자)이 태양광을 차단하면서 지구는 급격히 한랭화, 광합성이 필요한 생물은 괴멸됐을 것”이라며 “먼지와 에어로졸의 영향이 사라진 뒤에는 운석 충돌로 방출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탓에 지구의 기온이 장기간 몇 ℃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터 직경 약 172㎞의 ‘브레드포트 돔’은 약 20억2300만 년 전 소행성으로 보이는 천체가 충돌하며 생긴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크레이터 중 호주의 ‘야라부바 크레이터’(약 22억2900만 년 전)에 이어 오래된 것으로,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인정됐다.
유구한 세월에 걸쳐 지형이 침식된 ‘브레드포트 돔’의 현재 형태는 충돌 당시와 사뭇 다른 것으로 추측된다. 돔이라고 불리는 것은 크레이터 중앙에 위치한 지름 70㎞가량의 융기된 지형 때문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