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은 인간의 자가면역질환을 알리는 조기 경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 발병의 징후로도 꼽히는 악몽은 여러 질병과 연관성이 끊임없이 의심돼 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공중보건학자 멜라니 슬론 박사 연구팀은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악몽이 자가면역질환인 전신 홍반 루푸스(SLE)의 조기 징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SLE는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전신에 염증이 발생한다. 일정 기간 괜찮다가 재발하며, 심한 발열이나 권태감을 동반한다. 심혈관계나 뇌, 신장 등 장기에도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생명을 잃는다. 미국 팝스타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31)도 앓은 병으로, 주로 15~45세에서 발병한다.

전신 홍반성 루푸스로 신장이 망가진 셀레나 고메즈는 2017년 친구이자 배우 프란시아 라이사의 장기를 기증받았다. <사진=셀레나 고메즈 인스타그램>

연구팀은 SLE 환자 676명을 모아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각 환자의 억울증이나 환각, 평형감각 상실 등 29개 신경학적 및 정신적 증상이 일어난 시점을 자세하게 조사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각 환자에게 SLE가 발병 또는 재발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나 증상을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요청했다. 현상 및 증상이 2개 이상일 경우에는 그 순서도 물어봤다.

조사에 참가한 SLE 환자의 약 60%는 발병 및 재발 전 악몽으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약 30%는 SLE 발병 및 재발 1년 전부터 여러 유형의 악몽에 시달렸다고 답했다.

SLE 환자들은 발병 또는 재발 전에 악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멜라니 박사는 "악몽을 꿨다는 SLE 및 다른 자가면역질환자 69명을 개별 면담한 결과 악몽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여러 종류였다"며 "심지어 어떤 환자는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처럼 피부가 벗겨져 나가는 무서운 내용이라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이어 "환자뿐만 아니라 임상의 40명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임상의들이 SLE와 악몽의 관련성에 무관심하다는 걸 알아냈다"며 "환자의 어떤 증상이 SLE 발병 또는 재발의 징후인지 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특정한다면 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