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한 회사가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짠 의류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눈길을 끈다. 면이나 양모(울), 실크 생산으로 인한 토양 및 수질 오염이 전혀 없는 친환경 섬유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휴먼 머티리얼 루프(Human Material Loop)는 제로 카본을 실현한 친환경 인모 섬유로 옷을 제작하고 있다. 휴먼 머티리얼 루프의 시도는 유럽은 물론 미국이나 아시아에서도 주목받아 왔다. 

인모 섬유는 네덜란드 전역의 미용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머리카락이 재료다. 휴먼 머티리얼 루프는 인모 섬유의 친환경성을 내세워 각지의 미용실들과 광범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인모 섬유로 짠 니트 <사진=휴먼 머티리얼 루프 공식 홈페이지>

이 회사는 사람의 머리카락이 과도하게 버려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인모 섬유를 개발했다. 머리카락도 뭔가 소중한 자원이라고 본 휴먼 머티리얼 루프는 지속 가능한 재활용 방법을 오래 고민했다.

회사 관계자는 “섬유산업은 네덜란드 최대 시장 중 하나지만 환경에 큰 부담을 주기도 한다”며 “인류는 다양한 동물 또는 식물유래 섬유를 이용해 왔지만, 양모처럼 케라틴 단백질로 만들어진 인간의 머리카락은 간과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폐기되는 머리카락을 사용하면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면화 재배나 양 사육이 줄어든다”며 “인모는 농약이 필요없어 토질이 오염되지 않으며 물을 더럽히지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용실에 버려지는 머리카락으로 짠 인모 섬유 <사진=휴먼 머티리얼 루프 공식 홈페이지>

휴먼 머티리얼 루프는 머리카락이 유연하고 신장성이 높아 단열재 역할도 하므로 의류용 섬유로 최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사람의 피부에 접촉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HML 관계자는 “여러모로 우수한 인모 섬유는 현재 다양한 패턴의 단섬유로 가공해 의류 제품으로 개발되고 있다”며 “미용실 입장에서는 일일이 머리카락을 수거해 버릴 필요가 없어 재료 걱정도 없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몇 해 전 인모 섬유로 처음 뽑아낸 빨간 니트 드레스를 한 미용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미용실 폐기물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행사 참가자들은 휴먼 머티리얼 루프 사의 시도에 박수를 보냈다. 

머리카락 1g으로 만든 케라틴 배지(오른쪽) <사진=난양이공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물론 숙제도 있다. 아무래도 인체의 일부를 사용한 섬유이다 보니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머리카락의 회수 및 가공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막연한 거부감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의류 외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사람 모발을 모아 수로에 쌓인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22년에는 머리카락을 이용한 수경재배가 식물 성장을 촉진한다는 중국 대학교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