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레너드 니모이가 생전 연기한 '스타트렉' 캐릭터 미스터 스팍의 고향별 벌칸 행성은 실존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국제 천문학술지 'The Astronomical Journal' 최신호에 소개된 조사 보고서에서 벌칸 행성의 존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벌칸은 지구에서 약 16광년 떨어진 항성 에리다누스 40 A을 공전하는 행성이다. 주성은 진짜, 거기 딸린 벌칸은 가공의 천체인데, 2018년 에리다누스 40 A의 주변을 도는 행성 'HD 26965 b'가 관측되면서 '스타트렉' 팬들 사이에서 난리가 벌어졌다.

스타트렉 세계관에서 화성과 비슷하게 묘사되는 벌컨 행성 <사진=파라마운트·TV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스틸>

연구팀은 '스타트렉' 세계관에 존재하는 벌칸이 과연 실존할지 장기간 탐색했다. 그 결과 'HD 26965 b'는 행성이 아니라 항성 자체에서 분출된 펄스 또는 진동을 잘못 감지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크리스찬 길버트슨 연구원은 "'HD 26965 b'는 주성을 공전하는 외계행성 관측에 사용하는 시선속도법을 통해 발견했다"며 "공전하는 행성의 중력이 항성을 잡아당기며 발생하는 흔들림을 이용한 시선속도법은 커다란 행성은 효과적이지만 소형은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HD 26965 b'는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 작은 행성으로 여겨져 왔고, 42일 주기로 주성을 공전한다고 보여졌다"며 "당시 일부 천문학자가 항성의 불규칙한 활동에 의한 신호일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 타계한 레너드 니모이에 이어 영화판 '스타트렉'의 스팍을 연기한 재커리 퀸토(47) <사진=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스틸>

연구팀은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 피크 국립 천문대에 최근 설치된 고정밀 관측 장비를 이용해 한층 정확한 시선속도법으로 'HD 26965 b' 및 주성을 관찰했다. 행성 외곽의 다양한 지역에서 복사되는 빛의 파장을 분석한 연구팀은 개개의 파장에서 이상한 점을 확인했다.

크리스찬 연구원은 "2018년 검출된 행성의 신호는 아마도 자전하는 에리다누스 40 A의 표면에서 일어난 대기 현상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에리다누스 40 A이 야기한 항성 진동은 별의 표면 바로 아래 뜨거운 층과 차가운 층의 난류 혼합에 의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별의 흑점이나 활동이 활발한 밝은 영역도 시선속도법의 신호에 영향을 주고 있을지 모른다"며 "수많은 트레키(스타트렉 시리즈의 광팬)들이 작품 속 벌컨으로 생각해온 'HD 26965 b'는 아쉽지만 허상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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