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표면의 거대한 하트는 직경 약 640㎞의 천체 충돌로 형성됐으며, 그 지하에는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명왕성은 2006년 태양계 행성 지위를 잃고 외계행성으로 분류됐지만 여전히 연구가 활발하다.
스위스 베른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15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명왕성 하트는 직경 640㎞의 천체가 충돌하며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명왕성의 하트는 톰보 지역에 자리한 스푸트니크 평원을 의미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New Horizons)'는 2015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명왕성의 지표면을 포착한 이미지를 지구에 전송했다. 천문학자들은 이때부터 명왕성 표면에 드러난 하트 모양의 지형에 주목해 왔다.
연구팀은 최신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푸트니크 평원은 어마어마한 힘으로 충돌한 천체 때문에 생겼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스푸트니크 평원은 명왕성의 적도 부근 세로 2000㎞, 가로 1200㎞ 범위에 펼쳐진 흰색 분지로 뉴 호라이즌스의 플라이 바이 과정에서 파악됐다. 명왕성을 뒤덮은 두꺼운 얼음층은 유독 이 평원에서 얇아지며, 내부에는 드넓은 바다가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생각해 왔다.
시뮬레이션에 대해 조사 관계자는 "명왕성 표면 대부분이 메탄 얼음과 그 유도체로 구성된 반면 스푸트니크 평원은 질소 얼음으로 채워져 있다"며 "이는 스푸트니크 평원이 천체 충돌 후 빠르게 퇴적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왕성의 핵은 온도가 낮아 천체 충돌로 가열되더라도 녹지 않고 매우 단단한 상태로 남았을 것"이라며 "충돌한 천체의 핵 역시 명왕성의 핵 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그 위에서 원형을 유지한 채 편평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즉 스푸트니크 평원은 다른 천체가 명왕성 적도 아래를 대각선을 직격하면서 생성됐고, 지하에는 바다가 아닌 편평화한 천체의 핵이 자리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명왕성 진화의 새로운 가능성 몇 가지를 추측하게 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명왕성의 진화 정보가 다른 카이퍼 벨트의 천체에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카이퍼 벨트는 해왕성 궤도를 벗어난 태양계 바깥쪽 도넛 모양의 영역이다. 주로 얼음 천체나 혜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명왕성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의 40배나 멀어 태양광이 도달하기까지 5시간 반이 걸린다. 태양광이 지구의 1600분의 1밖에 닿지 않아 표면 온도가 영하 230℃ 이상까지 떨어진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