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란’(1985) 등에 참여한 일본 의상 디자이너 와다 에미가 이달 13일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장이머우(장예모, 71) 등 고인과 작업했던 해외 거장들은 일제히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장예모 감독은 22일 웨이보를 통해 중화권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한 의상 디자이너 와다 에미의 부고를 직접 전했다. 감독은 “고인은 일본 영화계뿐 아니라 제 작품 ‘영웅’ ‘양귀비: 왕조의 여인’ 등 중국 영화를 통해서도 빼어난 수완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패션잡지 바자 화보를 장식했던 와다 에미 <사진=바자 공식 홈페이지>

이어 “고인이 만들어 낸 훌륭한 의상들은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을 것”이라며 “하늘에서도 변함없이 아름다우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배우 판빙빙(40)은 웨이보에 영화 ‘양귀비: 왕조의 여인’ 시절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고인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으면 오롯이 그 역할이 될 수 있었다. 저 역시 그 영광을 누렸다”고 추억했다.

거장 허안화(74) 감독 작품 ‘사랑 뒤의 사랑’의 마쓰춘(마사춘, 33) 역시 “지난해 촬영한 ‘사랑 뒤의 사랑’을 계기로 와다 에미를 처음 만났다. 당시 찍은 사진을 현상해 선물하겠다던 고인의 마지막 약속이 떠오른다”고 아쉬워했다.

와다 에미가 의상 디자이너로 참여한 영화들. 위로부터 '란' '영웅: 천하의 시작' '양귀비: 왕조의 여인' <사진=영화 '란' '영웅: 천하의 시작' '양귀비: 왕조의 여인' 스틸>

교토 출신인 와다 에미는 대학교 3학년 때 NHK 연출가 와다 벤과 결혼했다. 남편이 꾸미는 다양한 무대의 의상을 직접 담당하며 이름을 알렸고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고인은 배우 정우성(48)이 출연한 수 차오핑(51) 감독의 ‘검우강호’를 비롯해 ‘무인 곽원갑’ ‘중천’ ‘연인’ ‘송가황조’ ‘풍운대전’ 등 다양한 중국 영화에 참여했다. 주경중(62) 감독이 연출한 ‘현의 노래’로 한국 작품과도 인연을 맺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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