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티스트 실력만 본다."
다수의 여성을 학대하고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를 받는 마릴린 맨슨(52)이 그래미상 후보에 올라 논란이 한창이다. 오로지 아티스트의 실력이나 음반의 영향력만 평가한다는 그래미 대표 해명은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숱한 논란에도 반성이나 개선이 없는 그래미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래미 어워드 주최사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53) 대표는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마릴린 맨슨의 후보 노미네이트는 오로지 실력을 평가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하비 메이슨은 미국 매체 랩(The Wrap)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마릴린 맨슨 관련 논란은 유감이지만 아티스트의 작품과 스캔들의 경계는 확실하게 긋고 싶다"고 말했다.
마릴린 맨슨은 24일 레코딩 아카데미가 발표한 제64회 그래미상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맨슨은 작사에 참여한 카니예 웨스트(44)의 열 번째 앨범 '돈다(Donda)'가 올해의 앨범상 후보에 오르면서 함께 노미네이트됐다.
하비 메이슨의 입장에 아티스트와 음악 팬은 분노했다. 일부 가수는 그래미 보이콧을 시사했고, 나아가 시상식 폐지까지 요구했다. 음악 팬들은 "아티스트의 윤리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그래미 수장의 설명에 소름이 쫙 끼쳤다"고 비판했다.
마릴린 맨슨의 여성 관련 이슈가 터진 건 지난 2월이다. 배우 에반 레이첼 우드(34)는 자신을 10대부터 성적·심리적으로 장기간 학대한 인물이 맨슨이라고 언급,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었다. 이후 가수 애슐리 월터스(39)를 비롯해 배우 로즈 맥고완(48) 등 추가 피해자 폭로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맨슨이 여성을 학대할 목적으로 방음 설비를 한 좁은 고문실을 자택에 숨겼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세계 음악계의 가장 큰 시상식 중 하나인 그래미는 인종차별 등 그간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 때마다 주최측 차원의 성찰이나 개선이 뒤따르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가수 케샤(34)를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음악 프로듀서 닥터 루크가 버젓이 후보에 오른 점이 대표적이다. 올해 '버터'로 세계에 한류 음악의 저력을 알린 방탄소년단(BTS)이 4대 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외신들도 그래미 후보 선정 기준에 의문을 표했다.
제64회 그래미 어워드는 내년 2월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개최된다.
서지우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