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를 쇠사슬로 칭칭 감은 채 매장된 여성이 이스라엘에서 발굴돼 학계를 놀라게 했다. 학자들은 기독교 수행에 일생을 바친 여성의 유골로 결론을 내렸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WIS)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근교의 비잔틴 제국 수도원 납골당에서 쇠사슬에 묶인 여성의 유골이 나왔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유골은 묵직한 쇠사슬로 팔과 다리가 집중적으로 묶인 채 매장됐다. 때문에 연구팀은 망자가 악령이나 흡혈귀로 부활하지 못하도록 주변 사람들이 쇠사슬을 동원했다고 추측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근교의 비잔틴 수도원 납골당에 묻힌 여성. 팔다리가 무거운 쇠사슬로 결박됐다. <사진=WIS 공식 홈페이지>

이런 가설은 DNA 검사 결과 깨졌다. 유골에 남은 치아의 에나멜질 속 펩타이드를 검사한 연구팀은 고인이 여성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비잔틴 제국의 여성 기독교인이 몸에 쇠사슬로 결박돼 매장된 사례는 지금껏 전무하다.

WIS 파울라 코틀리 박사는 "쇠사슬은 세속적인 쾌락을 억누르고 묵상하며 정신과 마음을 신에게 집중하기 위한 힘든 수행에 동원됐다"며 "시대적으로 기독교가 로마제국을 대표하는 종교가 되고 새로운 교회가 세워지면서 금욕주의가 확산된 시기"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유형의 수행은 남성이 행한 기록이 다수 남아있기 때문에 형벌이나 봉인이 아니라 수행이라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며 "최초 조사에서 유골은 남성으로 생각됐지만 치아 조사에서 우리 생각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2022년 폴란드 피엔 지역 매장지에서 발굴된 여성의 유골. 사람들은 그가 흡혈귀라고 여겨 목에 거대한 낫을 걸고 묻었다. <사진=UMK 공식 홈페이지>

기록을 보면, 당시 기독교 여성도 단식이나 묵상은 행했다. 이는 기독교인으로서 마음 수행의 일종이었다. 다만 쇠사슬로 여성의 전신을 결박해 매장한 전례는 없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무덤의 주인은 상당한 신앙심의 소유자"라며 "아마 죽은 뒤에도 수행을 계속한다는 의미에서 쇠사슬로 몸을 감으라고 유언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다양한 지역 및 종교의 수행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각 지역 종교인들은 예로부터 고행을 거듭했는데, 죽을 때까지 한쪽 팔을 계속 올리거나 자리에 앉지 않는 인도의 사두나 온몸을 땅바닥에 대고 절하는 불교의 오체투지, 정좌한 채 폭포수를 맞는 일본의 타키교(滝行)가 대표적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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