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내부에 두께 16㎞나 되는 다이아몬드 층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태양계 행성 중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수성은 지름이 달의 1.4배 정도로 작고 표면이 어두운 천체다.
벨기에 리에주대학교와 중국 고압과학기술센터(CHPSTAR) 공동 연구팀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의 조사 내용은 지난달 1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수성 탐사선 '메신저(MESSENGER)'가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고압·고온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수성 내부에 16㎞ 두께의 다이아몬드 층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수성은 표면이 매우 어둡고 핵은 놀랄 정도로 고밀도로 생각된다. 지표면의 화산 활동은 꽤 이른 단계에서 끝난 것으로 여겨진다. 수성 표면에는 흑연에 의한 반점이 있는데, 이는 초기 수성에 탄소가 가득한 마그마 바다가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조사 관계자는 "어두운 지표면의 흑연 반점은 마그마 바다가 떠오르면서 생긴 것으로, 이와 같은 과정은 탄소가 풍부한 수성의 맨틀 형성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흑연이 벗겨져 두께가 원자 1개 분량밖에 되지 않는 단층을 그래핀이라고 하며, 그간 수성의 맨틀은 그래핀으로 구성될 것으로 추측됐다"고 전했다.
'메신저'가 2011년 수성 궤도 돌입 후 4년간 모은 관측 데이터를 기초로 수성의 질량 분포를 재평가한 몇 년 전 연구에서는 맨틀이 상상 이상으로 두꺼운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수성의 탄소 유형도 그간의 생각과 다를 것으로 의심했다. 이들은 수성 내부의 고압과 고온을 물리적으로 재현해 검증에 나섰다.
조사 관계자는 "초기 수성 맨틀에 있었다고 생각되는 물질을 합성 규산염으로 대체하고 7기가 파스칼 넘는 고압과 2177℃의 고온을 가했다"며 "동시에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수성의 내부 상황을 살펴보니 수성 내부에 그래핀이 아닌 다이아몬드가 형성됐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약 45억 년 전 수성이 탄생할 당시 핵은 완전한 액체로,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결정이 됐을 것"이라며 "다소의 탄소도 있었기에 핵 결정화가 진행됨에 따라 액체 그대로의 부분에 농축됐고 어느 시점에서 탄소가 더 녹지 않게 되면서 고온·고압의 다이아몬드가 탄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는 밀도가 높은 광물이지만 금속만큼은 아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금속 핵과 맨틀의 경계까지 떠오른다. 이렇게 해서 두께 1㎞가량의 다이아몬드 층이 먼저 만들어졌고, 이후 계속 성장한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 층이 수성의 화산 활동이 짧았던 이유도 입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화산 활동이 짧다는 것은 수성이 다른 행성보다 훨씬 빨리 식었다는 의미다. 이는 수성이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보다 작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수성은 3억 년 전까지 점점 쪼그라들었다고 생각되며, 여전히 작아지고 있다는 학자도 있다.
학계는 연구팀의 가설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운용하는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의 향후 미션에 의해 밝혀질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2018년 발사된 '베피콜롬보'는 내년 12월 수성 궤도에 진입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